이곳은 서구문물을 받아들이며 1920년대부터 오페라가 흥행한 어나더 대한민국...
의 1960년대입니다
20세기 중반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어요
무짝 (GM):아무래도 감독으론 젊은 나이니까
요즘 시대에는 드물게 유학파라거나... 집안이 유력가라거나... 입봉작을 엄청나게 흥행시켰다거나
그런 백스터리를 붙여도 될 것 같아요
Miro:제시한 3개가 다 맛있을 수가 있다니
무짝 (GM):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짝 (GM):셋다가능하긴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시에가능하긴함
Miro:원래 배경도 집안에 사장이 있어서 빽에 의해 부사장까지 한 것도 있어서
집안이 유력가인데 능력도 좋은걸루 가죠
무짝 (GM):좋습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중형극장에서의 첫 연출작을 성공시켜서
Miro:유학을 다녀오기엔 역시 나이가 젊으니
무짝 (GM):그것이 큰 경력이 되어 이 극장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26세인 걸로 할까요?
나랑 갑은 돼야지
무짝 (GM):ㅇㅋ 궁합도 안보는 네살차이네요
1960년, 서울. 활발한 개발이 이뤄지며 어제 잠들었다가 오늘 눈을 뜨면 또 변해있는 도시입니다.
그 사이에서 화려하고 장엄한 건물이 서 있습니다. 흰 색의 서양식 건물의 오페라 하우스입니다.
서구의 문물이 수용되며, 오페라는 상류층의 새로운 유희로 떠오릅니다. 매일 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오페라 공연은 성행을 이루고 있죠.
당신은 이 오페라 하우스의 신인 감독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 동시에 다른 유럽 국가에서 수입한 기성극이 아닌, 익명의 작곡가가 투고한 <푸른 장미의 노래>라는 오페라의 음향을 관리하는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 극의 메인 크루로서 이 오페라 하우스에 발탁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죠.
노을이 져가고 있는 시간… 오늘은 앞으로 극을 함께 할 주역 배우들과 인사를 하기 위해 배우들의 연습 시간에 방문했습니다.
무짝 (GM):<푸른 장미의 노래>의 핸드아웃 공개할게요.
<푸른 장미의 노래>
익명의 작곡가가 투고한 오페라.
모든 것을 잃은 주인공은 푸른 장미꽃이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말에, 그는 마지막 희망으로 그것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여행의 과정에서 그는 다양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푸른 장미의 꽃말은 불가능, 혹은 기적. 여행의 끝에서 주인공은 푸른 장미꽃을 찾게 되지만, 그것을 얻기 위한 대가는 지금까지 있었던 여정의 기억이다. 주인공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다가, 결국 자신에게 있었던 기적은 그 푸른 장미꽃이 아닌 곁의 인연과 추억이라 생각하며 그를 거절하고 다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내용.
연습실에 들어서면, 두 주연이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캐스트에 대한 정보는 미리 숙지해 두었죠. 얼굴을 보면 기억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차해수:노크를 하고 차분히 연습실 안으로 들어섭니다. 자연히 시선이 닿은 왼쪽의 인물부터 봅니다.
강노아:"아, 들어오세요. 쉬는 시간이니까요." 노크를 인지하고는 뒤를 돌아봅니다.
온화한 인상의 미남자입니다. 당신을 돌아보고는 아. 하는 반응을 합니다.
"이번에 새로 오신 감독님이신가요?" 반가운 낯을 하고 봅니다.
차해수:"음향을 담당하고 있는 차해수라고 합니다. 배우분들께 인사라도 미리 드릴 겸..." 익숙한 듯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는 맞은편의 인물도 봅니다.
노아와 당신이 첫 인사를 나누는 것을, 한 발자국 옆에서 웃으며 바라보고 있는 여성이 있습니다.
이다홍:"아, 반가워요. 새로운 극에 맞추어 신인 감독을 기용하였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젊은 분일 줄은 몰랐네요. 새로운 활력이 되길 기대하고 있어요." 미소를 짓고는 악수를 청합니다.
차해수:"짐이 되지는 않을겁니다." 짐짓 자신신만만한 미소를 띤 채로 손을 잡고 짧게 흔듭니다.
이다홍:"어머, 이렇게 단언하시는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는걸요?"
강노아:"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번 극은 저희에게도, 오페라 하우스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니까요." 다홍의 말이 끝나자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가 말을 거듭니다.
차해수:"새로운 도전이라 함은... 기성극이 아니라는 점에서 말씀하시는 겁니까?"
강노아:"네. 다른 극본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이미 이전의 훌륭한 배우들에 의해서 충분히 재해석 되어왔기 때문에... 이 극은 온전히 저희가 새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이다홍:"이 극장은 20년 전부터 찾아오는 관객이 많아요. 저희에게서 '예전에 본 것과 같은' 것들을 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죠. 그런 분위기에 젖지 않게 다른 자극이 필요할 때가 있죠."
차해수:유명세에 젖지 않고 늘 분석하고 공부하는 이들을 보고 진정 프로라고 하는 거겠지. 간략한 감상을 마치고 동의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강노아:"다홍씨는 지금도 오페라 하우스의 간판 스타시면서, 늘 대단하시다니까요. 전설의 배우 최수련 이후의 최고의 프리마 돈나라고 평이 자자해요."
사람 좋은 웃음을 하면서 다홍에게 칭찬의 말을 건넵니다. 다홍은 팔짱을 끼고 있지만...
이다홍:"말은 감사하지만, 누군가의 이후의 최고가 되는 건 내 목표가 아니라서. 이다홍으로서 최고가 되고 싶은 거예요."
그 말에 노아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며 사과합니다. 머쓱하게 당신을 보고 미소지어요.
이다홍:"게다가, 다른 간판 스타는 노아씨 아니예요? 겸손이 과한 건 보기 나빠요?" 그가 무안해 하는 것을 보고 웃으며 놀립니다.
차해수:"하하, 두 분 다 총감독님이 주저없이 캐스팅했을 정도로 스타이시니 말입니다. 새로운 도전이라고는 하지만 그다지 걱정은 되지 않는군요."
"물론 저도 나태해질 생각은 없지만 말이죠." 연습실 내에는 두 사람 뿐인가? 티나지 않게 기척을 느낍니다.
연습실을 둘러보면, 문 쪽 복도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도민수:"늦어서 죄송합니다! 드실 물을 좀 가져오려다 보니... 어?"
Miro:한 마디만 들어도 벌써 범인같음(ㅈㅅ)
도민수:"... 이 분은 누구시죠? 캐스팅이 추가되었습니까?" 다홍과 노아 쪽을 보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차해수:"아... 인사를 드리러 잠시 들렀습니다. 음향감독 차해수라고 합니다." 세 번째 악수를 청합니다.
도민수:"예? 감독입니까? ... 이번 극 담당으로 새로 오셨다던...?"
표정이 약간 뻣뻣해 집니다. 이렇게 젊은 사람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조금 못마땅해 보이기도 합니다.
도민수:"감독이시긴 하지만. 오페라 하우스의 경력으로는 신입이니까요. 뭐... 모르는 게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하시죠." 짐짓 거들먹거리는 척을 하고는 악수를 합니다.
차해수:"이거 도움을 많이 받게 되겠군요." 웃으며... 흘려듣습니다^^
"오늘은 배우분들이 모두 모여 연습하는 날입니까? 아니면 자유연습?"
강노아:"대본은 받았고, 리딩을 겸한 연습이라 가볍게 모였습니다. 앞으로의 연습은 감독님의 조율을 받게 되겠네요."
"앞으로 연습, 잘 부탁드립니다."
차해수:"협업해서 멋진 작품, 만들어 봅시다." 여유로운 미소를 흘리고는 마무리 인사를 건넵니다.
강노아:"네! 신선한 기분이 들어서 좋네요!"
"신입 감독님이 오신 겸, 다른 캐스트들과 환영회라도 했으면 더 얼굴 익히는데 도움이 되셨을텐데... 요근래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인지 많이 모이지 않았네요."
차해수:"분위기가..?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겁니까?"
이다홍:"아아..." 노아의 말을 듣다가 해수쪽을 보고 잠시 말을 고릅니다. "조금 이상할 수 도 있는 얘기인데..."
"내부에서 도는 소문으로는, 이 오페라 하우스에 '유령'이 나타난다고 해요."
"거기에 휩쓸리는 사람들도 있어서... 관객들 사이에서도 조용히 소문이 도는 것 같구요." 어깨를 으쓱해 보입니다.
도민수:"나 참.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 다들 이해를 못하겠다니까!" 미간을 찡그리고 투덜대듯 말을 뱉습니다.
차해수:"유령...?" 예상치 못한 키워드에 드물게 눈을 크게 뜹니다.
"말 그대로... 오페라의 유령이라도 되는겁니까?"
강노아:"네에, 연습이 끝난 밤중에 노랫소리가 들린다거나..."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보면, 또 아무도 없다는 거 있죠."
이다홍:"야간 관리인이신 류지애씨가 너무 무서워하셔서... 곧 소문이 일파만파 퍼졌죠." 평소의 완벽한 표정에서 어색한 웃음이 조금 떠오르며 말을 덧붙입니다.
차해수:"으음... 그정도 일이 정말로 발생했다면 소문이 퍼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군요."
도민수:"지애씨, 밤에 잠을 못 자서 이상한 소리라도 들은 거 아니에요? 다들 이상한 소문이라면 금세 믿는다니까."
차해수:극을 앞두고 그런 흉흉한 소문이라니, 썩 달가운 상황은 아닌걸. 턱을 매만지며 잠시간 고민합니다.
그 류지애씨라는 분이 처음 소리를 들은겁니까?
"그 류지애씨라는 분이 처음 소리를 들은겁니까?"
강노아:"아마 그럴 겁니다. 이야기가 퍼진 후로는,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덧붙여진 소리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요." 너털스럽게 웃으며 별 거 아니라는 듯 말합니다.
이다홍:"아, 지애씨라면 차 감독님도 몇 번은 마주칠 거예요. 이 극장 최근속 직원이시거든요."
차해수:"한 번 만나서 이야기라도 나눠봐야겠습니다. 직원이 겁에 질려있다니 마음이 쓰이기도 하고." 웃으며 그렇게 말하지만 속으로는 입단속을 시킬 요량입니다.
"세 분은 유령을 본 적 있으십니까?"
강노아:"글쎄요... 유령은 연습이 전부 끝난 밤에 나타난다고 하니까요..."
도민수:"노아씨와 다홍씨는 매주 공연이 있는 주역이에요. 컨디션 관리를 위해서 늦게까지 남아계시지 않는다고요." 자신이 거들먹대며 말합니다.
도민수:"나는 여기저기 작은 역으로 나오니까... 비슷합니다. 연습이 끝나면 바로 가서... 게다가, 그런 게 존재할 리가 없잖아요?!" 투덜대듯 대꾸합니다.
차해수:"흐~음. 글쎄요... 아무쪼록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요." 민수가 까칠하게 나오자 겁주려는듯 차갑게 웃습니다.
"그럼 이 이야기는 류지애씨와 해보겠습니다. 모쪼록 연습에 차질은 없도록 관리해두지요."
퉁명스러운 태도에도 당신이 안색 하나 바꾸지 않자, 도민수는 조금 기세가 움츠러듭니다.
이야기를 듣던 이다홍은 곧 웃으며 끼어들고는 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분위기를 바꾸어요.
이후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총 감독이 찾아옵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첫 공연 날짜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다들 너무 긴장 풀지는 말고! 적당히 유지해, 적당히!”
"아, 차 감독도, 퇴근 준비 하시죠. 보셔야 할 서류는 사무실에 두었으니 확인하고!"
차해수:자고로 노동자에게는 잔업이 따르는 법... 연습이 파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서류를 가지러 사무실로 향합니다.
다른 배우들은 저마다 인사를 하며 분장실로 돌아갑니다. 당신과는 복도 끝에서 방향이 갈립니다.
창가를 보면 어느새 해가 져 어둑어둑합니다...
차해수:그런 소문을 듣고 나니 등골이 조금 서늘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문고리를 잡아돌려 사무실로 들어갑니다.
사무실은, 조용하고 가을의 찬 기운이 스며있습니다.
불을 키면 총 감독이 말한 서류가 올려져 있네요. 가벼운 정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차해수:"이런..." 본래 책상은 사용자만의 질서가 존재하는 법이지. 자신이 가져갈 것을 추리는 정도로만 정리를 합니다.
처음 온 날이니, 사무실을 자신의 방식으로 맞추는 것도 일의 일부네요.
서류를 정리하고 있으면, 복도 밖에서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차해수:자연히 귀를 기울이며 제 가방에 필요한 서류를 집어넣습니다.
곧 그 발걸음은 급하게 당신이 있는 방 안으로 들어오며, 문을 걸어 잠구는 소리가 들립니다.
문을 걸어 잠군 것은 이 극장의 아역배우인 신재호입니다. 시선이 훅 내려갑니다.
무작정 들어오고는, 어쩔줄 몰라하는 얼굴로 당신을 올려다봅니다.
차해수:"...무슨 일이니?" 의외의 인물이 들어오자 고개를 기울이며 목소리를 낮춥니다.
당신이 의외라는 얼굴을 하자,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신재호:“바, 방금 밖에서 유령을 봤단 말이에요…!”
“제가 봤어요! 바, 방금 화장실에 다녀 오는 길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말했던 생김새였어요! 분명 유령이었다니까요?!”
재호는 당신이 자신을 사무실 밖으로 내쫓을 것이 두려운지 급하게 말을 뱉습니다.
차해수:유령의 인상착의까지 알려져있다니, 꽤나 디테일한걸... 그 앞에서 허리를 약간 숙이고 묻습니다.
"어떻게 생겼든?"
신재호:"유령은 검은 겉읏을 두르고 다닌댔는데... 정말이었어요! 모자를 뒤집어 쏘고 있어서 얼굴은 전혀 안 보였는데..."
" 분장실 끝 복도의 막다른 곳이었는데, 분명 다른 통로나 문이 없는데도 그곳에서 갑자기 나타났다니까요!"
거의 울듯한 얼굴로 당신을 붙잡고 말합니다.
차해수:검은 겉옷에 모자... 날 보고 착각한 건... 아니겠지. 창에 비친 제 모습을 봅니다.
"...자, 침착하자. 너는 여기 조금 더 숨어있는 것으로 하고, 내가 확인하고 오마."
신재호:"네, 네에~?! 가, 감독님 저주 받으면 어떡해요?!"
"다른 형 누나들이 해준 얘긴데, 지금 이 극장은 원래는 다른 부부가 운영하고 있었대요. 근데... 오페라 하우스의 유령의 저주를 받아서 죽었대요!"
신재호:"그... 그러니까... 엄청 예전이라고 했어요!"
재호는 마음이 급한지 거의 숨이 넘어갈 듯하며 손을 펼치면서 설명합니다.
신재호:"그래서 지금 지배인님으로 바뀐 거구요! 그, 그러니까... 이후에는 저주를 안 받도록 조심하는 거랬어요!"
차해수:아역배우도 알 만한 소문이라니. 이런 측면에서는 관리가 필요하겠군... 양 허리에 손을 얹고 길게 숨을 내쉽니다.
"살짝 내다보는 정도도 안 될까? 어떻게 생각하니?"
신재호:"으... 으음... '살짝 보는 것'은 유령이 화내는 일이라는 말을 못 들었으니까... 괜찮으려나..."
"그, 그러면... 집에도 가야 하니까... 자, 잠깐만 보고 와요!"
차해수:유령이 화내는 일이라는게 따로 정해져 있는걸까? 지침이 있다면 단순 겁주기용이나 통제용 괴담일지도... 고개를 까딱이며 문을 슬쩍 엽니다.
문이 열리고... 문 틈으로 이제 거의 캄캄해진 복도가 보입니다.
낮의 북적거림은 온데간데 없어서, 더욱 적막하고 서늘한 기분이 듭니다.
분장실의 복도 끝은, 여기서 멀어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서 있는 사람도 없는 것 같네요.
차해수:귀신보다 무서운 것이 사람이니... 복도에 세워둔 장우산을 집어들고 구둣발 소리를 내며 분장실 복도 끝쪽으로 걸어갑니다.
저벅... 저벅... 당신의 발소리가 복도를 울립니다.
분장실의 문을 하나 하나 지나치면 곧 막다른 벽이 나옵니다. 그 뿐입니다.
차해수:"...그림자라도 잘못 본 모양이지." 다시 몸을 돌려 사무실쪽으로 갑니다.
사무실 쪽으로 돌아가면 발을 동동 굴리고 있던 신재호와 다시 마주칩니다.
차해수:"사라진 것 같더구나. 이제 안심하고 돌아가도 좋아."
신재호:"정.... 말이요? 다행이다~..."
"감독님 고마워요! 저 엄마랑 아빠가 문 앞에 있을테니까, 가볼게요!"
재호는 당신이 단언하는 말에 눈에 띄게 안심합니다. 연습 때 잘 부탁해요! 하는 인사를 남기고 밖으로 나섭니다.
사무실에 남은 사람은 이제 당신 혼자 뿐이네요.
차해수:어엿한 한 명의 배우라지만 이럴 때는 영락없는 어린아이군... 다시 서류를 정리해 마저 챙기고는 코트를 여밉니다.
"바람이 더 차가워지기 전에 돌아갈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시간이 지체됐습니다. 다시 서류를 정리하고 나서야 일어섭니다.
불을 끄고 바깥으로 나옵니다. 복도에는 작은 등만이 켜져 있습니다.
차해수:다음 번에는 오페라 하우스의 원주인에 대한 것을 좀 알아볼까... 장우산을 제자리에 돌려두고 출구로 향합니다.
밖으로 걸어나서려는 때, 무대 쪽에서 희미하게 음악 소리가 들립니다.
발을 멈춰 보면, 피아노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는 소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 아니지. 그냥 개인연습하는 배우일지도. 발소리를 죽이며 무대쪽으로 다가갑니다.
곧 침착함을 찾습니다. 발소리를 죽이고 조용히... 무대 뒤로 향합니다.
무대 위를 올려다보면, 인 피아노 앞에 누군가 앉아있는 것이 보입니다.
신재호가 말한 것처럼 검은 케이프 망토를 입고, 모자를 뒤집어쓰고 있는...
차해수:
SAN Roll
기준치: |
70/35/14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혼란스러웠던 감정이 차분해집니다. 곧 진정을 되찾습니다.
노래를 부르며 피아노를 치던 유령은, 곧 멈추고는 중얼거립니다.
들여다 보는 것이 악보를 수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정한 것에 맞추어서, 같은 구절을 다시 부르기 시작합니다.
담백한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흥얼거리는 음색임에도, 묘하게 귀를 사로잡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차해수:......모른척하고 돌아서? 유령이라고 하기엔 너무 사람 같은데...
그간 들었던 유령의 인상착의나 저주에 대한 것이 떠오르며 자신도 모르게 긴장감을 늦추지 못합니다.
차해수:과연 정말로 유령일까? 관찰력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악보를 보기 위해서인지 피아노 위에 올려진 등에, 그의 모습이 비칩니다.
유령 또한 당신을 인식합니다. 곧 순식간에 노랫소리가 멈춥니다. 피아노 소리가 요란한 불협화음을 냅니다.
그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하다가 피아노 위에 올려둔 악보를 챙겨 몸에 안습니다. 당신이 있는 곳의 반대편으로 달려 도망갑니다!
유령은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무대 밖으로 달려갑니다.
차해수:악보를 챙겨 이정도면 사람이 아닌가? 잠시 주춤하다가 따라 달려가봅니다.
한 밤의 오페라 하우스에, 두 개의 발소리가 요란하게 교차합니다.
유령은, 뒤 한 번 돌아보지 않은 채 계속해서 달립니다.
하지만 곧 속도가 처지기 시작합니다. 거기다 그가 향하는 곳은 분장실 쪽 복도, 그 끝은 막다른 골목입니다.
잡았다. 라는 생각과 함께 모서리를 돌면...
차해수:숨을 고르며 속도를 늦추고는 어리둥절한 낯으로 주변을 둘러봅니다.
여기는 들어갈만한 문도 없는데... 정말로 유령인건가?
주변은 분명히 막혀잇습니다. 살펴본다면 관찰력 판정입니다.
차해수: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문득, 막다른 골목의 바닥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보입니다.
확인해 보면 그 자리에는, 회중시계가 떨어져 있습니다.
회중시계는 위에 달린 버튼을 눌러 뚜껑을 열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버튼을 눌러본다면...
기념품이었는지, 안쪽에는 메시지가 각인되어 있습니다.
차해수:"...요즘은 유령이 물건도 떨어트리나?"
돌려줄 이가 사라졌으니... 저주건 뭐건, 일단은 챙겨둡니다.
아까까지의 일이 꼭 거짓말 같습니다. 선명하게 남은 것은 의아함 뿐입니다...
오페라 하우스의 로비로 향합니다. 문을 나서려고 하면, 매표소 안 쪽에서 목소리가 들립니다.
마혜주:"엇, 뭐야. 이 시간에... 어머. 이제 퇴근하세요?
"엄청 일벌레신가 보네."
차해수:"하하... 신입이니 열심히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야간에는 표 사러오는 이도 없을텐데. 언제까지 근무하십니까?" 가벼운 토크소재를 건넵니다.
마혜주:"계산 확인하느라 좀 걸렸네요~ 전 야행성이라 지금 하는게 편하거든요."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음~ 오, 가까이서 보니 엄청 잘생겼잖아. 그 소문의 신인 감독이신가?"
"이 시간까지 일 하다가, 유령한테 걸려서 저주받을지도 몰라요~?" 펜을 까딱까딱 해보이면서 농담을 던집니다.
차해수:"유령이라. 그나저나 그 저주라는 건 뭡니까? 어떻게 하면 저주받는다... 그런 것이 있는건가요." 잘생겼다는 칭찬은 당연하게 듣고는, 픽 웃으며 묻습니다.
마혜주:"글쎄요, 이것저것 있죠. 오페라 하우스의 오랜 물건을 건드리면 안된다거나... 자정 이후에도 분장실에 있으면 안된다거나.."
"가장 유명한 건 2층 10번 좌석이네요."
"2층 10번 박스석은, 오페라 하우스의 유령의 지정석이라. 그곳에 앉으면 무시무시~한 저주에 걸린다고 해요." 그 말은 짐짓 무서운 낯을 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차해수:"꽤나 자세하군요. 저주라고 함은 역시... 이 오페라 하우스의 전주인에게 발생했던, 그겁니까?"
마혜주:"아, 죽었다는 사람? 감독님, 그런 괴담에 관심 있으세요?" 놀리려고 했다가 돌아오는 진지한 반응에 펜대를 휙 돌리고는 되묻습니다.
"뭐, 그것도 20년 전 일이라는데. 나야 잘 모르겠네요."
"20년 전에야 꽤 떠들썩 했던 것 같지만."
차해수:"관심까지야. 다만 일하다보니 그런 소식이 귀에 자연히 들어오더군요."
"해 뜨면 알아봐야겠습니다. 밤에 유령이니 저주니, 이야기해서 좋을 것이 없지요." 어깨를 으쓱이고 목례합니다.
마혜주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곧 매표소 박스에서 전표를 보기 시작합니다.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늦은 하루의 마무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갑니다...
Miro:세션간식으로 포테토칩 사려했는데 귀가길 편점에 없었다
무짝 (GM):쉐끼들빠져가지고ㅋㅋ포카칩어니언같은사도가감자칩이냐?ㅋㅋ(맞다)짭잘하고뜨끈한포테토칩이근본이지ㅋㅋ
Miro: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준 근본 파란색으로 사왔읍니다
무짝 (GM):저는 사실 스윙칩파긴한데요(ㅋㅋ
읽으면서 이제야 느끼는건데
Miro:푸른장미 저거 이교도의 신을 부르는 주문곡일지도 몰라
마음껏 궁예하세요
무짝 (GM)::) 앗 오페라하우스에 똥강쥐가...
날이 밝으면,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하루가 다시 시작됩니다.
어제 보았던 사람들도 다시 연습을 위해 무대 위로 모입니다.
차해수:전날에는 서류를 훑어보느라 다소 늦게 잠들었지... 평소보다 수면시간이 한두시간 짧아진 만큼 눈에 가벼운 건조함을 느낍니다.
일어나자마자 창밖을 보고... 날씨가 좋다면 상쾌한 하루가 되었겠어요.
오늘은 바람이 선선하고, 하늘이 푸른.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상쾌한 가을입니다.
그것에 뒤지지 않을 만큼 상쾌한 미소를 한 노아가 당신을 보고 인사합니다.
강노아:"좋은 아침입니다. 감독님! 어제는 잘 들어가셨나요?"
"덕분에 잘 쉬었습니다. 차차 연습이 진행되는 만큼 컨디션 조절이 부족해서야 안 될 말이겠지요."
강노아:"본격적으로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니까요. 어, 그렇지만 어쩐지 조금 피곤해 보이시는데..."
이다홍:"노아씨, 그런 말. 경우에 따라서는 실례라구요?"
"주연이 모범을 보여서 먼저 연습 시작해야죠. 어라, 악보 어디 갔어요?"
두 주연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무대 아래에서 누군가 걸어 올라옵니다. 근처에 서 있던 배우들이 그를 알아보고 하나 둘 인사하는 것이 보입니다.
"아, 잠깐 용건이 있어 온 거니 너무 부담갖지 말아요.” 인자하게 웃으면서 모두를 돌아봅니다.
"아, 노아씨." 그렇게 말하고는 당신 옆에 있는 강노아를 부릅니다.
"전에 연습하면서 힘들다고 말한 부분을 작곡가에게 전달했더니 수정해주었습니다. 여기.”
강노아는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그것인 듯, 오영길에게 다가가 악보를 건네받습니다.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수정이 들어간 부분을 가볍게 불러보기 시작합니다.
차해수:
듣기
기준치: |
65/32/13 |
굴림: |
6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바로 어제 무대 위에서 유령이 연주하던 곡이 이 곡이었기 때문입니다.
강노아:"아, 훨씬 좋네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오영길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오영길:"천만에요. 저는 방문한 김에 연습을 조금 더 둘러보고 있을테니, 필요하다면 편하게 다시 말씀하도록 하세요."
오영길은 뒤 편에서 평소에 마주하기 어려운 조연들을 격려해주고 있습니다. 주연인 노아와 다홍은 서로 악보를 들여다보며 대화를 나눕니다.
차해수:익명의 작곡가가 투고한 것이라고 들었는데... 지배인분은 그와 연줄이 있는건가? 궁금증이 생기지만 우선은 곡의 바뀐 부분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제 몫의 악보를 들여다보고는 체크해둡니다.
수정된 부분이라면, 주연의 솔로가 들어가는 부분에서 강세가 약간 강조되었습니다.
어제의 유령이 다시 불렀던 부분과 일치합니다.
차해수:그러고보니 강조하는 느낌... 어쩌고 하지 않았던가? 새삼스레 유령의 음악적 조예에 깊이감을 느낍니다.
연습중에 유령에 대한 평가나 하고 있다니. 스스로가 조금 바보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어쨌거나 음향감독인 만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연습에는 특별한 흐름이 없고 무리지어 연습하는 식일까?
대화가 이어지는 분량의 배우들끼리 짧은 호흡을 맞춰보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조율은 모든 배우가 배역에 익숙해질 즈음에 진행될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연습장에 나온 오영길은 모두를 둘러보고 있습니다.
차해수:누구 밑에 있어본 경험이 적다보니... 지배인이 계속 뒤편에 서 있자 뒤통수에 왠지모를 찌릿함을 느낍니다.
결국 흠, 헛기침을 하고 오영길에게로 다가갑니다.
오영길:당신의 기척을 눈치채고는 그 방향을 바라봅니다.
"아아, 음향의 차해수씨... 오랜만입니다. 처음 오셨을 때의 면담 이후 처음 뵙는군요."
온화한 얼굴을 하고는 악수를 건넵니다.
차해수:"오랜만에 뵙습니다. 이거, 제가 먼저 찾아뵙고 감사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접대에 익숙한 느낌으로 손을 맞잡고 짧게 흔듭니다.
오영길:"아닙니다. 오페라 하우스의 분위기는 잘 맞으시는지요. 들리는 이야기로는 차해수씨의 평이 꽤 좋습니다."
차해수:"적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습니다만... 이 정도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감독을 맡고있다는 것 자체가 큰 자랑이지요."
"평이 좋다니 기쁩니다. 면담할 적 보아 아시겠지만 첫인상에 자신이 있는 편이라." 장난기를 섞어 대답합니다.
오영길:"차해수씨 정도 되는 신인은 드물지요. 놓치지 않으려고 저희 쪽에서 급히 연락을 드린 것이 아니겠습니까." 해수의 장난기있는 말에 역시 비즈니스적인 농담을 섞어 응수합니다. 그렇다고 하여 크게 거짓은 아니라는 투입니다.
차해수:과찬이라는 둥 대꾸하고는, 본격적인 대화소재를 꺼냅니다.
"이번 작품 말입니다. 기성의 유명한 작이 아니라, 익명의 작곡가가 투고한 새로운 오페라라지요. 지배인이자 전 배우의 입장에서 직접 채택하신겁니까?"
오영길:"아... 이번의 <푸른 장미의 노래>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사적인 감상을 제하고 보아도 훌륭한 작품이었거든요. 주연인 노아씨와 다홍씨도 후보작중 가장 좋은 평을 내렸고 말입니다."
차해수:"확실히 제게도 신선하게 다가오더군요. 이런 작품은 어디서 받으신 겁니까?"
오영길:"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작곡가입니다. 본인이 익명의 보장을 원하고 있어 밝힐 수는 없지만..." 허허 하는 미소를 지으며 답합니다.
차해수:아는 사람이었군. 궁금하지만 캐물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고개만 끄덕입니다.
"...음. 그런데 말입니다. 하우스 내에 별난 소문이 돌더군요."
"유령이 나타난다느니......" 말꼬리를 흐리며 안색을 살핍니다.
오영길:"아... 그것 말입니까... 예에 으레 있는 괴담이라지만, 한두달 전부터 돌기 시작했지요. 아무래도 오신지 얼마 안 된 곳에 소문이 돌아 불편하신지요...?"
차해수:"아, 아닙니다. 이름난 곳이니만큼 뒷말이 따라붙는 것이겠지요. 그다지 대수롭지는 않습니다."
"한두달 전부터군요... 공연에만 지장이 없으면 좋겠습니다만."
오영길:"괜찮을 겁니다. <푸른 장미의 노래>는 특히 만반의 준비를 가하고 있으니까요." 웃으면서 격려하는 듯 해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립니다.
"첫 연출작이라 긴장되는 심정도 이해가 됩니다. 저도 현역일 때의 그 감정이 잊히지 않거든요. 저희 쪽에서도 해수씨의 실력을 믿고 기용한 것이니, 함께 노력해 봅시다.:
차해수:훈훈하게 웃으며 대화를 마무리하고 연습을 지켜봅니다. 음향장비를 점검도 하고요, 음향팀과 수신호 등을 맞춰봅니다.
당신의 지시에 따라 스태프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입니다. 배우들의 하모니도 손을 댈 때마다 안정되어갑니다.
배우들이 당신을 보는 표정이 나쁘지 않네요. 특히 신재호는... 거의 존경에 가까운 눈으로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뭔가 더 할게 있나요?
무짝 (GM):뭔가 알아보고 싶은데 캐릭터적으로 ng 같아서 못묻고 있는게 있을까요?
류지애씨는 어디가면 만날 수 있는지?
무짝 (GM):굳이 말하자면 알아보면 좋은 게 있긴 한데
무짝 (GM):일상편이니까 너무 압박감 느끼지 말고 갑시다. 찾아보고 싶은게 딱히 없으면 연습만 열심히 하고 넘기셔도 괜찮습니다!
Miro:나대는캐였음 npc들한테 더 치댓을텐데
근데 그것보단 연습중에 잡담걸기 미안한 쪽이네요 사담할 기회가 있겠지
무짝 (GM):npc와 사담이든 조사든 이야기 많이해주면 제가 기뻐합니다 ^-^
그럼 연습은 무난하게 넘길까요? 영길씨 보낼까요?
곧 배우들끼리도 서로 인사하더니 분장실로 줄을 이어 돌아갑니다.
이다홍:"그럼 감독님, 내일도 잘 부탁해요~"
차해수:"고생 많으셨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시고요." 미소를 띤 채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듭니다.
배우들이 퇴근하면... 그 유령은 다시 나타날까? 그러고보면 분장실이 자꾸 언급되는데...
도민수:"예- 다들 조심히 돌아가십쇼~. ... 내일 뵙겠습니다." 어린 감독인 해수에게 인사하는게 머쓱한 것 같아 보이지만 일단은 인사를 하고 돌아갑니다.
배우들을 보내고 당신은 음향 설비들과 악기를 가볍게 검토합니다. 곧 무대 위에는 당신만이 남았습니다.
차해수:혼자 생각에 잠긴 채 일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잠시 정적을 즐깁니다.
무대 위의 피아노 쪽으로 느긋하게 다가갑니다. 뭔가 이질감이나 남아있는 건 없나?
어제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 곳에서 앉아 유령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환각이었는지 착각이었는지 알 수 있는 것은 없지만... 그 곡은 분명 <푸른 장미의 노래>였습니다.
정적만이 남은 무대를 감상하고 있으면 뒤에서 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차해수:아직 귀가하지 않은 배우? 또는 야간 근무자? 아니면... 고개를 돌려봅니다.
류지애:"꺄,꺄아악!!!! 유, 유령...?!!"
"아... 아닌가? 전에 본 것보다 키가 큰데..."
벌벌 떨며 몸을 움추렸다가 흘긋흘긋 당신을 봅니다. 곧 의심이 가시는 눈을 합니다.
차해수:"뭐~ 보기에 따라 귀신같은 인상으로 느낄 수도 있겠군요. 음향감독 차해수입니다." 겁 많아보이는 상대에게 확신을 주듯 손을 먼저 잡고 악수하듯 흔듭니다.
류지애:손이 잡히자 얼떨결에 휘휘 흔듭니다. 그제서야 현실감이 돌아오는듯 당신을 보고 어쩔줄 몰라합니다.
"어머머...! 아이고, 정말 미안해요! 무대 위가 어두워서 그만 실례를...."
"이번에 새로 오셨다는 그 음향 감독님이신가요? 어머나, 세상에... 반가워요. 저는 류지애예요. 열쇠나 청소용구가 필요하면 언제든 직원실에 와서 말씀하세요."
"아직 퇴근 안 하시고 어쩐 일이신가요?" 긴장이 풀리자 사람 좋은 성격인듯 수다스레 말을 합니다.
차해수:"직원실...이군요. 아, 남아서 마무리 작업도 좀 하고.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고 할까요. 그러기 좋은 시기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류지애씨가 처음 목격했다지요? 유령 말입니다. 맞습니까?"
류지애:"맞아요, 맞아요! 감독님도 벌써 들으셨구나!"
"밤중에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별안간 무대 위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서... 정말 애 떨어지는 줄 알았지 뭐예요?!"
"그때는 그냥 착각한 줄 알았는데, 밤 복도에서 무언가 나타났다 사라지지를 않나. 다가가보면 막힌 벽이지 않나. 무서워서 혼났어요...!" 생각만 해도 심장이 떨린다는 듯 주절주절 늘여놓습니다.
"가, 감독님. 유령을 보려고 지금 계신건 아니시지요...?"
차해수:"주로 분장실 벽 쪽에서 출몰한다고 들었는데... 흠, 그런걸까요. 이거 유령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모양새가 되었군요."
"저도 어제 목격했거든요. 덕분에 이 소문의 온상에 대해 알아볼 필요성을 느껴서. 뭐, 아시는 것 더 있습니까?"
류지애:"예, 예에?! 차 감독님도 직접 보셨다구요?!"
"그... 그럴수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니예요!" 겁을 집어먹으면서 당신을 봅니다.
"무당, 무당 찾아가야죠! 지, 직접 보셨다니... 부적도 좀 쓰고... 이렇게 젊으신데 저주라도 받으면....!" 파들파들 떨리는 눈으로 중얼거립니다.
차해수:"그 저주라는 건 뭡니까? 이런저런 내용이 있던데요. 자정 이후에 분장실에 있으면 안 된다는 둥... 목격하면 저주받는다는 내용도 있습니까?" 믿지 않으니 여유로운 태도를 취합니다.
류지애:"직접 보면 그 유령이 가만 두겠어요?! 분명히 죽이려고 들 거예요!"
"정말 사람은 어떻게 죽을 지 모른다구요. 저주가 아니었다면 그 수련씨도..." 공포 이후에 울적함이 찾아온 것처럼 목소리에 물기가 찹니다.
차해수:순간 뭔가 퍼즐이 맞춰진듯 눈을 크게 뜹니다.
"오페라 하우스의 전주인 부부라는게 혹시... 최수련씨 부부였습니까?"
류지애:"...? 아, 벌써 20년이나 된 일이니... 차 감독님은 그때 너무 어려서 모를 수도 있겠네요..."
"예에, 저희 오페라 하우스의 자랑인 최수련씨가 당시의... 서 지배인님과 결혼하셔서, 오페라 하우스는 부부가 운영하고 있었어요."
"그... 그런데 20년 전의 그... 저주로...!" 얼굴이 새파래져서 손짓합니다.
차해수:"20년 전에도 저주가? 어떤..?" 턱을 매만집니다.
류지애:"아... 아아..." 떠올리는 것 만으로 괴로운지 울컥울컥하는 목소리가 차오릅니다.
차해수:"류지애씨는 오래 근무하셨으니 그 모든 일을 직접 겪으셨을텐데...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어버렸군요. 무리하지 않으셔도 좋으니 침착하세요." 차분한 말솜씨로 진정시킵니다. 말재주로 한번...
차해수:
말재주
기준치: |
40/20/8 |
굴림: |
55 |
판정결과: |
실패 |
차해수:~라고 말하며 얼굴이 잘 보이도록 빛 쪽으로 다가섭니다;
외모
기준치: |
75/37/15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무짝 (GM):쩝 rp 좋아서 승인시켜주고싶었는데
차해수:"꼭 지금이 아니라도 좋으니 과거 이야기를 듣고싶습니다. 저도 이제 이 곳의 근무자이니 말입니다. 과거 사건에 대해서든, 유령에 대해서든. 책임자는 이것저것 알고 챙겨야 할 것이 많은 법이죠." 설득을 해봅니다.
차해수:
설득
기준치: |
55/27/11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류지애씨는 당신이 하는 말을 듣고도 한참을 망설입니다.
시간이 조금 흐르는 게 느껴집니다. 그런 후에야 다른 말이 더 돌지 않기를 당부하면서 류지애가 입을 엽니다.
류지애:"수... 수련씨와 서 지배인님 댁은 일가족이 전부 자택에서 숨졌어요."
"불이 났던 것 같다고는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가족 중 한 명도 나오지 못할 수 있었을까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그 말을 꺼냅니다.
"그건... 저... 저주라고 밖에는..."
차해수:화재로... 이정도 되는 오페라 하우스에도 어두운 뒷이야기가 있었군.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 혹시 두 분 사이에 자식은 없었습니까?" 회중시계의 주인을 떠올리며 묻습니다.
류지애:"예...? 있었죠. 아이가 셋 있었어요. 막내는 고작 세살이었다는데, 그... 그 아이들도 전부 불길에서..."
동경하던 스타의 말로에 자신도 가슴이 아픈듯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차해수:"그랬군요... 그 후로 이영길 지배인님이 오페라하우스를 인수한 것일테고요."
류지애:"네에, 지금의 오 지배인님이 두 분의 친우여서... 추억을 기념하자고 하며 이 오페라 하우스를 인수하셨어요. 그 때의 직원은 이제 저만 남았지만요..."
"갑자기 무서운 이야기를 꺼냈네요..." 감정을 추스리려는 듯 숨을 크게 쉬고 말합니다.
차해수:"밤중에 할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거 미안하군요." 머쓱하게 웃습니다.
류지애:"아니, 아니예요. 저야말로 옛날 생각에 감독님을 너무 오래 붙잡았네요."
"그렇지, 음향 감독님이라고 하셨으니... 청소하다가 찾은 건데, 이거. 차 감독님이 쓰시던 건가요?" 그렇게 말하고는 종이를 내밉니다.
차해수:악보? 받아들어 이름 등 적힌 것이 있는지 봅니다.
이름이 적혀있지는 않습니다. 누구의 파트인지 알면 주인을 돌려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관찰력 가능합니다.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성공, 언뜻 보아도 <푸른 장미의 노래>의 악보는 아니로군요. 본인의 팀 내에서 찾아주기는 어렵겠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귀퉁이에 무언가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차해수:뜬구름 잡는듯한 괴담보다도 이처럼 짧은 글귀에 오싹함을 느낍니다. 전자는 진짜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후자는 사람이 주체적으로 어떠한 생각을 갖고 쓴 글인 탓입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문장입니다. 류지애는 악보를 들여다 보는 당신의 표정을 보다가 이내 청소도구를 챙깁니다.
차해수:"제 것은 아니지만... 주인을 찾아줄 필요는 있겠군요. 어차피 연습은 계속될테니 제가 지니고 있다가 돌려주겠습니다."
"청소하러 가십니까?" 악보를 든 손을 내립니다.
류지애:"네, 어휴~ 객석이 넓어서. 밤에 청소하지 않으면 사람에 치여서 못해요~"
"그럼 감독님도 늦지 않게 퇴근하세요."
차해수:"그래야지요. 들어가보겠습니다." 짧은 인사와 함께 무대를 떠납니다. 괜히 분장실 복도를 지나 사무실로 갈까... 싶습니다.
류지애도 떠난 무대 주변은 고요합니다. 분장실 쪽으로 가는 복도에서 다른 방향으로 꺾으면 사무실이 나오니 지나는 것은 어렵지 않겠습니다.
저벅, 저벅... 당신의 구둣발 소리가 복도를 울립니다.
무대에서 시간을 쓰고 나니, 배우도 직원도 거의 퇴근해 적막 속에서 당신의 소리가 크게 울립니다.
작은 등만이 켜져 있는 복도, 분장실 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당신이 발을 멈추자,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걷고 있었다면, 역으로 당신도 곧 소리를 들었겠지요.
그런데 텅 비어있던 복도에 한 사람이 서 있습니다.
???:"... 이봐." 복도에 서서 멀리서 당신을 부릅니다.
차해수:짐작하고 걸어왔건만, 말을 걸어올 줄은 예상하지 못한 탓에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짧게 떱니다.
차해수:"...무슨 일입니까?" 나름 태연하게 대답합니다.
???:"... 몰라서 물어볼 줄은." 혀를 가볍게 차고는 손을 내미는 시늉을 합니다.
"그 물건. 돌려줬으면 좋겠는데."
"나한테는 중요한 물건이어서."
차해수:재킷 안주머니에 든 것의 존재감을 느낍니다.
"맨입으로?"
???:"허? 뭐라는 거야? 애초에 내 거잖아. 네가 마음대로 주워간 거고."
"대충 봐도 시계 하나가 아까울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좋게 말할 때 돌려줘."
차해수:그 말에 결국 천천히 안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손에 쥡니다. 거절한다면 정말로 저주라도 걸리는 걸까.
"떨어트린 분실물을 소지하고 있었을 뿐인데. 도둑 취급을 하시는군요."
가져가라는듯 시계를 쥔 손을 약간 뻗습니다.
???:그 자리에 서서 시계를 든 손을 뻗고 있자, 잠시 망설이다가 앞으로 다가갑니다. 한 손으로는 모자를 누른 채로, 한 손으로 시계를 쥐어 가져갑니다.
"딱히 도둑 취급한 적은 없어. 네가 안 돌려줄 것 처럼 말해서 잖아." 퉁명스럽게 대꾸하고는 다시 시계를 제 주머니 안에 넣습니다.
"안... 봤어?"
차해수:"주인 찾아주려고 본 겁니다. 마음대로 본 점은 미안합니다."
유령이 시계를 가져갈 때 손의 무게감이나 닿는 느낌이 느껴졌을까?
그가 시계를 가져갈 때에, 손이 약간 닿았습니다. 당신은 그때 그의 손의 촉감이나 체온을 분명히 느꼈습니다.
"얼굴은 왜 가립니까? 누가 알아볼까봐?"
???:"... 무슨 의도로 하는 말이야?" 한 걸음 물러 떨어지며 되묻습니다.
차해수:"대화 시도였는데. 좋은 주제 선정이 아니었던 모양이군요." 어깨를 으쓱입니다.
"무례하게 굴 생각은 없지만... 내게 중요해서 말입니다. 하나만 확실히 합시다."
"유령 맞습니까? 정말로?"
???:상대가 신중하게 말을 꺼내자 경계하는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하는 말을 듣다가 맥이 확 풀리는 표정으로 당신을 쳐다봅니다.
"너 국민학생이야? 그런 걸 믿어...?"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말을 덧붙입니다.
"구설수에 오른 소문의 존재라면, 일단... 맞다고는 해도 되겠네."
차해수:촉감을 느꼈던 제 손을 한번 내려다보고는 그제야 납득한듯한 표정이 됩니다.
분명 살아나온 사람이 없다고 들었는데. 세 살배기 어린아이가 불길을 헤치고 혼자 나올 수 있었을까?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구설수에 오른 줄은 아시는군요. 왜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습니까? 그정도로 이곳에 있고싶어 하면서."
???:"..." 그 말에 미간을 가볍게 찡그립니다. 모자를 고쳐 쓸 때에 연한 밀색의 머리카락이 달빛에 보였다가 다시 가려집니다.
"사정이 좀 있어."
"그리고 유령이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거든? 밤에 좀 다녔을 뿐인데, 멋대로 그렇게 소문을 퍼뜨리는 걸 내가 어떻게 막느냐는 거야." 흥 하는 말투로 투덜댑니다.
차해수:"얼굴 가린 시커먼 사람이 밤에 휙 나타나서 막다른 곳에서 휙 사라지고. 그럼 아무래도 오해받기 딱이죠." 정곡을 찌릅니다.
"...오영길씨는 알고 있습니까?"
"그 아저씨하고는 어릴 때부터 아는 사이야. 여기서 지내라고 한 것도 오 지배인 아저씨고."
"내 쪽에서는 정당하게 지내는 거니까. 피차 낮에 다니는 사람들이랑 마주쳐봤자 좋을 거 없었던 것 뿐이야."
차해수:사이가 좋다고 해야할지... 재산의 상속 등에 대해 어른은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그렇습니까. 뭐, 더 자세히 묻기도 불편하니..."
"오늘도 무대 피아노로 갈겁니까?"
???:"... 무슨 상관이야. 그게." 쏘아붙이듯 대꾸합니다.
"너야말로, 이 시간까지 여기서 어슬렁거리는거 꽤 수상하거든."
차해수:"투고자로서 감독에게 열심이라며 칭찬이라도 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다소 못마땅한 표정으로 내려다봅니다.
???:"...!" 그 말에 성큼 다가옵니다.
"다... 다, 들었어?"
차해수:"아뇨? 그런데 반응을 보니 정답이군요."
???:그 대답에 아, 하고 깨닫습니다. 창피해진 듯 뺨이 약간 달아오릅니다.
"짜증나네... 보기하고 다르게 여우같이 굴어. 너."
"..." 잠시 손가락을 입가에 대고 생각을 짚습니다. 그리고 떠오른 듯이 손가락을 펼치고 가리킵니다.
"그럼, 네가 차해수구나?"
차해수:"연장자 이름 석자를 떡하니 부르시는군요. 맞긴 합니다만."
???:"너야말로 내가 몇 살인줄 알고 당연히 네가 연장자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맞긴한데... ... 너 이것저것 들었구나?"
차해수:"아무래도요. 아직은 모르는게 더 많습니다."
"그래서, 주원씨. 작품에서 고칠 부분은 더 없습니까? 어제 수정한 부분이 그대로 반영되었던데."
서주원:"... 너 짜증나는데... 몰라도 될 걸 알았다는 자각은 없는거야?"
자신의 이름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부르자 어이가 없다는 듯 답답하게 눌러 썼던 모자를 뒤로 약간 젖힙니다.
차해수:"짜증나게 굴었다니 미안합니다." 하나도 안 미안한 낯입니다. 왜 이렇게 놀리고 싶지?
차해수:"원래 이렇게 생긴 걸 어떻게합니까."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손으로 입가를 가립니다.
"서주원씨도 아무래도 저에 대해 전해들은 바가 있겠지요."
서주원:"잘생기고 자상하다기에, 얼굴이나 한 번 구경하고 싶기는 했지. 기용할 때 이력밖에 못 봤으니까."
"웃겨. 실제로 보니까 완전 여우였어. 잘생긴 건 뒀다가 쓸 데도 없다는 말이 다 맞다니까." 팔짱을 끼고 툴툴대듯이 말을 툭 뱉습니다.
차해수:"지금이라도 평판관리를 좀 할까 싶군요. 원작자에게 미움 사서 좋을 게 없으니."
서주원:"... 그거 말인데, 어차피 나중에도 오 지배인 아저씨 편으로 전달해 줄거야."
"그냥 몰라도 될 걸 알았다고 생각해. 너도 신입이라 귀찮은 건 싫잖아."
차해수:"그렇습니까..." 본래 맡은 일에 열심인지라 그다지 귀찮다고 생각해보지도 않았건만. 그렇다고 하니 일단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사정이 있다니 어쩔 수 없겠습니다만. 익명으로 투고된 것이 아깝지 않습니까?"
서주원:"... 내가 아깝다고 해서... 그게 뭐 돼?"
"됐어. 나는... 이게 맞아."
"네가 잘 해야지 왜 나한테 잔소리야? 망하면 저주 내려버릴 줄 알아."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열심히 세운 공은 본인이 나서서 드러내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까."
"연습하러 가시죠. 나는 퇴근길이라." 사무실 쪽으로 고갯짓합니다.
서주원:"... 그건 낮에 사는 사람들이나 그렇겠지."
"너야말로 먼저 가. 통금 넘으면 책임 못 진다."
그 말만 남기고 복도에서 몇 걸음 걷는 소리가 들립니다. 곧 돌아보면 어느새 그는 사라져 있습니다.
차해수:"...어떻게 사라지는건지 묻는 것을 잊었군. 전 주인댁만 아는 비밀통로라도 있는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퇴근길에 오릅니다.
이상한 만남을 뒤로하고, 당신은 곧 집으로 돌아갑니다.
날이 밝고, 다시 하루는 시작합니다. 하늘은 오늘도 시린 색깔입니다.
극장으로 향하면 공연의 연습은 어제와 같이 이어집니다.
기성극이 아닌 극장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극인 까닭일까요? 오늘도 지배인인 오영길은 연습 자리에 찾아와, 1열의 좌석에 앉아 무대의 풍경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도민수:"안녕하십니까~, 어, 어우 지배인님 안녕하세요."
"... 뭐, 뭐야. 지배인님, 왜 또 오셨습니까...?" 작은 목소리로 주연들과 해수가 있는 곳으로 다가갑니다.
차해수:"원래 연습할 때 이정도로 자주 참여하십니까?"
강노아:"아, 아니요. 아무래도 중요한 극이어서 격려 차 오시는 게 아닐지..."
이다홍:"어색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이 참에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려서 나쁠 것 없죠." 웃으면서 모두에게 기운을 줍니다.
차해수:"그 말씀대로입니다. 그럼 오늘은 음향팀에서 찾은 바탕음악과 함께 연습을 진행해볼까요." 박수를 한 번 짝 칩니다.
강노아:"좋습니다. 주역들이 파트씩 주고받는 부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싶은데요." 곧 침착함을 찾고 의견을 건넵니다.
차해수:"음악을 길게 끌어 연장감을 주되 볼륨을 조절하여 다음 대사에 주목하도록 만드는 것이 좋겠군요." 의견을 수용하고는 음향팀들에게 지시하여 배우들과 함께 합을 맞춰가며 한 씬을 쭉 이어 진행하도록 합니다.
세 명의 배우의 호흡과 코러스의 하모니가 맞물리는 구간을, 당신의 조율에 맞추어 매끄럽게 이어 나갑니다.
도민수:"네 주제를 알아! 운명은 이미 하늘이 정해 두었어! 하늘의 노여움을 피해 어둠 속을 걸어라!"
이다홍:"그렇지 않아요. 작은 모험자여... 운명은 두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 그대의 마음 안을 들여다 보았을 때에 그제야 보이는 것..."
강노아:"아아! 두 목소리가 마음 안에서 휘몰아친다. 내가 가야할 길은... 내가 찾고 있는 것은...!"
방해하는 기사와 조언을 주는 마녀 사이에서 고뇌하고 스스로에게 탄식하듯 묻는 노아의 연기가 터져 나옵니다.
씬의 호흡이 맞아 들어갑니다. 당신은 어떤 감상을 남기나요?
차해수:베테랑은 베테랑이군... 감정은 살리면서 전달력도 잃지 않는다. 꽤 만족하며 지켜보다가 지배인의 반응에도 주의를 기울입니다.
오영길:주역들의 연기를 흡족한 듯이 보고 있습니다. 왕년에 배우였다고는 하지만, 지배인인 지금 굳이 배우들의 연기에 참견하지 않습니다.
장면의 연기를 마치고 배우들이 다시 대본을 훑듯 확인합니다.
이다홍:"어땠나요? 저와 민수씨의 대사가 오가는 부분의 볼륨, 괜찮던데 실전에서도 이 정도로 가능할까요?"
차해수:"실제 공연 중에는 이곳이 관객들로 가득 찰테니... 이정도 볼륨이 유지되지는 않을겁니다. 또렷함도 다소 떨어질 테고."
"배우분들의 목소리를 증폭시킬 방법도 연구해보아야겠군요. 음향장비를 따로 사용하거나 공연장 내부 구조를 보수로 변경하거나... 몇가지 방안을 고려해보지요."
"이 부분은 저희가 맡을테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다홍:"오... 아니예요." 약간 상기된 얼굴로 말합니다.
"적극적인 안을 제시해 주셔서 굉장히 기쁜걸요?"
"좋아요. 전문가는 아니지만 기존의 연습 방식도 전달해 드릴 테니, 이후 지시에 맞게 반영할게요." 프로의 눈이 빛납니다. 의욕에 더욱 불이 붙는 것 같습니다.
도민수:"그... 차 감독님, 제가 등장하는 부분의 베이스를 더 강조할 수 있겠습니까? 아무래도 다홍씨와 대립되는 부분에서, 저의 존재감이 밀릴 수도 있으니까요..." 어색해하며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차해수:"글쎄요. 높은 소리보다는 오히려 낮은 소리가 존재감이 더 클텐데요. 성량도 충분하고... 그럼 이 부분은 볼륨을 조절하기 보다는 저음 현악기를 추가하고, 민수씨 파트에 고음도 조금 추가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고음만큼 존재감 주기 쉬운 것도 없는 법이지요."
도민수:해수의 말을 경청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제 파트의 악보를 짚어가면서 제안하는 부분을 확인했다.
"아, 좋습니다. 제 목소리에 대비해 반주가 묵직해지면 효과가 좋을 것 같아요. 제 파트는... 그렇다면 수정이 필요할 것 같은데 괜찮습니까?"
오영길:배우들과 해수가 나누는 대화를 1열에서 듣고 있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차해수씨, 폐가 안 된다면 연습이 끝난 후 집무실로 올 수 있겠습니까?"
차해수:"아~... 그렇게 하지요." 그렇지 않아도 물어볼 것들이 있었으니. 고개를 끄덕이고 연습을 이어갑니다.
강노아:"리딩 할 때보다, 실전 감각이 들어가니까 훨씬 느낌이 사는데요?" 같은 장면의 배우들의 연출에 세부 사항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역시 의욕이 생기는 듯 말합니다.
도민수:"정말, 그... 말대로 솜씨가 상당하네요. 차감독님."
차해수:"이야, 저 인정받은겁니까?" 그동안 탐탁치않게 군 것이 있으니, 과장스럽게 감사를 표합니다.
도민수:"감독이 인정받고 말고가 어디있겠습니까? 저같은 조연 배우한테..."
"나이 때문에 신뢰하지 못한 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 미안합니다. 앞으로 잘 해봐요."
차해수:씨익 웃습니다. 훈훈한 분위기가 조성되려는 가운데... 문득 생각난듯 제 가방에서 간밤에 받은 악보를 꺼냅니다.
"그러고보니... 이 악보, 주인 있습니까?"
이다홍:"응? 무슨 악보요?" 물을 마시던 중에 질문에 다가가 악보를 봅니다.
"글쎄요... 대사만 보면, <라 트라비아타> 같지만. 자주 연습을 하던 악보라 이것만 봐선 모르겠는걸요."
강노아:"어디, 어디? 음~? 차 감독님이 주운 건가요?"
차해수:"어젯밤에 류지애씨가 습득했다고 하시더군요. 라 트라비아타라..." 해당 작품에 대해 떠올려볼 수 있나요?
<라 트라비아타>는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정통 오페라 극입니다.
로맨스 이야기로 인기가 높아, 오페라 하우스에서도 곧잘 공연되는 극이지요.
강노아:"무대 준비 중에 악보를 잃어버린다면 곤란하겠지만, 보관하고 있다가 폐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요. 아마 그런 걸지도요."
차해수:"하긴, 현재 준비중인 작품이 아니니 말입니다. 누군가 찾고있는 것이 아니라면 됐습니다." 그 말에 도로 챙겨 넣습니다.
짧은 휴식이 끝나고 배우들은 다시 연습 자리로 돌아갑니다.
시간이 지나 연습은 마무리 되는 분위기입니다. 관객석을 보면, 어느새 1열에 앉아있던 오 지배인은 자리를 떠 있습니다.
강노아:"자... 좀 이르지만,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합시다. 7시에 공연이 있으니 지금 정리를 해야할 것 같아요~!"
"노아씨랑 다홍씨는 신경쓰지 말고 빨리 돌아가서 분장 준비 해!"
도민수:"어휴, 빨리 치우는 거 돕고 돌아갑시다."
차해수:"고생 많으셨습니다." 어제와 비슷한 모습으로 마무리 인사를 합니다."
도민수:"예에, 수고하셨습니다. 저도 빨리 돌아가야 하니까요." 바쁜지 적당히 대꾸하고 갑니다.
무대가 정리되고 배우들이 한 둘 자리를 뜹니다.
차해수:오 지배인님이 찾으셨지... 정리되는 무대를 지켜보다가 집무실로 향합니다.
집무실로 다가가 노크를 하면, 안에서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차해수:"실례하겠습니다." 안으로 들어섭니다.
오영길:"아, 어서 들어오세요." 손님이 앉을 소파를 가리키며 말합니다.
차해수:"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권하는대로 편히 앉습니다.
오영길:"예... 주원군에게서 전해 들었습니다만. 어제 그를 만나셨다지요?"
차해수:갑자기 그의 이름이 언급되자 의외라는 기색을 띱니다.
"정말 꾸준히 소통하고 계시는군요. 정작 본인은 정말 유령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던데 말입니다."
"퇴근길에 마주쳤습니다. 몇가지 이야기도 들었고 말입니다."
"복잡한 사정이 있는 것 같던데요."
오영길:"아아, 그야 어쩔 수 없지요. 그 아이를 이 곳에서 숨어 지내게 한 건 저니까 말입니다."
"이야기를 들으셨다고도 하고, 언제까지고 숨길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차해수씨가 사실에 대해 알고 싶으시다면,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 불렀습니다."
차해수:"괜찮으시다면." 들을 준비를 하듯 어깨를 폅니다.
오영길:"해수씨도 들으셨겠지만, 그 아이... 지완씨와 수련군의 가족은 모두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주원군만은 살아남았어요."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서류상으로는 그 또한 죽은 것으로 처리하고, 그를 숨어 살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년 전의 그 사건은... 사고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살해'라는 아주 미약한 증거가 남아있었어요."
"프리마 돈나의 죽음이라는 사건만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없는 이목을 끌었는데, 경찰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수사하기 보다는 묻는 쪽을 택했습니다."
"때문에, 20년 전의 살인범은 지금 어딘가에 살아있습니다... 그걸 알기에 유일한 생존자인 주원군을 보호할 수 밖에 없었어요." 긴 이야기를 꺼내고는 한숨을 깊이 내쉽니다.
차해수:"...생각보다 더 심각한 사건이었군요. 범인은 도대체 뭘 노리고..."
"서주원씨는 당시 3살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살아남았던 겁니까?"
오영길:"... 떠올리기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주원군은 이후 재만 남은 집 터의 마당에서 발견됐습니다. 제가 쌀자루 안에서 울음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지요."
"아마도 수련군이... 마지막 순간에 그 아이를 그곳에 숨긴 것이 아닐지..."
"너무 깊은 사정을 알아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영길:"아닙니다. 어떻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습니까. '유령'의 이야기가 도는 것도, 언젠가는 새 나갈 일이었다고 봅니다."
"주원군은 아직 그 살인범을 찾고 있습니다. 20년 전의... 너무 그 일에만 몰두하는 것 같아, 취미 삼아 작곡을 권유해 보았는데 과연 수련군의 피는 못 속이더군요." 쓰게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해 보입니다.
"수련군은 노래 뿐만 아니라 작곡에도 능했으니..." 오랜 제자를 추억하듯이 중얼거립니다.
차해수:"젊은 나이에 대배우들이 만족할만한 곡을 써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혹시 저를 일부러 불러서 이렇게 이야기해주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오영길:"꽤나 날카로우시군요. 나이가 드니 본론을 꺼내기 전에 괜히 변죽을 울리게 됩니다."
허허 웃으면서 차를 한 잔 마셔 입을 적시고는 말을 꺼냅니다.
"사실... 이렇게 말하지만 저는 주원군을 잘 모릅니다. 20년 전 사건에 빠져 있는 이유도 있지만, 속내를 잘 얘기하지 않는다고 해야하나..."
"오페라 하우스에 지내는 것도 비슷한 일들의 반복이고, 최근에는 <푸른 장미의 노래>의 작곡에 대한 건으로만 이야기 하곤 했지요."
"그런데 그 애가, 어제는 이상한 사람을 만났다고, 차해수씨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하지 뭡니까?"
"그래서 생각했죠. 보호자로서는 다가갈 수 없는 선이 있구나... 하고."
실례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혹시... 주원군의 말벗이 되어줄 수는 없겠습니까...?" 차분하게 본론을 꺼내 제안합니다.
차해수:의외의 제안에 한쪽 눈썹을 올립니다. 말벗?
"그... 무슨 말을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서주원씨는 저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셨습니다."
오영길:"그건... 어릴 때부터 이 극장 안에서만 지낸 탓일 겁니다. 또래와 이야기 하는 방법을 전혀 몰라요." 어색하게 웃으며 그를 변호합니다.
"아마도 본심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을 겁니다. 이후에도 서로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면, 그때는 더 부탁하지 않겠습니다."
차해수:하기사, 거의 20년째 이 안에 있었다면... 고민하듯 눈을 굴립니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딱한 사정을 들었으니... 그렇게 하지요. 낮에 만날 수 없으니 시간에 제약이 있기는 하겠습니다만."
오영길:"아, 그것 말입니다만. 그가 낮에도 나올 때가 있습니다."
“오늘 저녁 7시에 공연이 있었지요. 그때 한 번 옥상에 올라가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주원군은 공연이 있는 날이면, 늘 옥상에 올라가서 감상하고는 하니까요."
차해수:"이곳 옥상에 가볼 생각은... 못 했군요. 알았습니다. 가 보지요."
오영길:"갑작스러운 부탁이었을 텐데. 정말 고맙습니다." 웃으며 감사를 표합니다.
차해수:"고용주의 제안이니까요. 하하, 농입니다. 다소 신경이 쓰였던 것도 사실인지라."
"그럼... 시간을 맞추려면 지금 식사를 하고 올라가봐야겠군요."
옥상으로 향하면, 계단 아래에서는 조율하는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들립니다.
문은 닫혀있지만, 잠겨있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들어가시나요?
차해수:비즈니스와는 다르게, 사교에 익숙하지는 않은 탓에 문 앞에 잠시간 서서 말을 고릅니다.
그러고는...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문을 엽니다.
문을 열면 펼쳐지는 건 노을이 융단처럼 깔린 붉은 하늘. 바닥에는 서울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서 있는 그림자같은 인영 하나.
유령입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이 쪽을 돌아봅니다.
"... 네, 네가 여기는 어떻게 알고...?"
차해수:"오 지배인님께 들었거든요." 일부러 거짓말은 하지 않습니다. 바람을 만끽하며 난간 가까이 걸어가 섭니다.
서주원:"... 아저씨가 여기를 알려줬어? 하긴, 어지간한 괴짜 아니고서야 공연 중에 옥상을 올라오겠어?"
"뭐, 그래도 와 줬는데 나가라곤 안 할게. 듣고 가든가." 난간에 기대어 있다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슬쩍 올려다 봅니다.
차해수:잠시간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집중하다가 입을 엽니다.
"음향 담당의 입장에서는... 아쉽군요. 공연장 내부 환경에 맞추어 소리를 맞춰 두었을테니. 능력 좋은 나라도 옥상에서 듣는 사람까지는 고려하지 못했거든요."
"고정석도 있으면서 여기에서 듣습니까?" 2층 10번 박스석을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서주원:".... 여기는 서울 풍경이 무료 서비스로 제공되는데, 아쉽지만 나쁘지는 않아."
"아, 소문의 2층 10번 박스석? 내가 앉아도 되는 거면 소원이 없겠다. 거긴 구경도 한 적 없어."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한숨이 새는 소리를 내었다.
"왜, 너도 내가 거기 앉아서 보고 가는 줄 알았어?" 농담조를 섞어서 슬쩍 말을 얹습니다.
차해수:"유령이라는 말이 참인 줄 알았을 때에는 그런 것으로 생각했었지요. 지금이야... 어려운 일인줄 알겠습니다마는."
"그럼 그런 소문은 왜 난 겁니까?"
서주원:"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너는 그런 적 없어? 남들이 너 보고 주위에서 이렇다느니, 저렇다느니 하는 거... 난 직접 나설 수도 없으니 원인 모를 얘기가 나돌아도 어쩔 수 없다고."
"박스석이면 반대 좌석에서도 그 쪽이 잘 보이잖아... 내가 거길 어떻게 가냐...?"
차해수:"언젠가는 꼭 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 동정심도 뭣도 내포하지 않은 말투로, 담백하게 희망사항을 이야기합니다.
"음, 여기서도 내부를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소리도 잘 들리도록, 연결선이 없는 이동식 음향장비가 나온다든지..."
서주원:"... 언젠가... 라. 잘 모르겠네. 아저씨가 여기까지 알려줬다면, 얼추 얘기는 들었을지도 모르겠는데..."
"20년 전의 일을 알아내면... 그때는... 저 밑으로 갈 수 있으려나." 관객석 밑을 내려다 보고는 다시 시선을 끌어올렸다.
"아하하, 음향 감독이라고 들었는데. 공상하는 솜씨는 소설가 같네. 아니다... 발명가일지도?"
"너가 한번 만들어볼래? 겸사겸사 부자도 되고... 나 죽기 전까지만 어떻게 노력해봐."
무거워지는 주제에 장난을 담아서 슬쩍 팔로 치고는 작게 웃어보입니다.
차해수:"말미가 넉넉하군요. 이미 부자라서 생각은 없지만." 뒷짐을 집니다.
"범인을 잡아내고 싶은겁니까?"
"하지만...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가족들을 다 두고 나 혼자만... 살아있는 의미가 없잖아."
"사고가 아니라 살인이었다고, 밝히고... 잡아내지 않으면... 엄마도 아빠도... 편해질 수 있을지도. 아, 형이랑 누나도 있었대. 기억은 안 나지만." 침울한 목소리로 말을 마무리 했다가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덧붙입니다.
차해수:"모르는 것이 약일 때도 있는 법입니다. 그리고 나라면 내 자식이 그런 것에 매달리지는 않았으면 싶을 것 같은데."
"그리고 모두가 삶에 의미를 가지고 살아가지는 않아요. 자기 앞날을 잘 닦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서주원:"... 너, 애가 있어...? 잘생겼다 했더니 벌써 장가갔구나." 사람을 안 만나봐서 핀트를 이상하게 잡습니다.
"무, 무슨 아저씨처럼 말하네... 넌 어때? ... 여기서 일 하는 거. 재미있어?"
차해수:"없습니다. 아, 혹시 외도에 로망이 있다든지?" 짓궂게 놀려줍니다.
"여기서... 라고는 해도 며칠 안 되기는 했습니다만, 음악 쪽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재미입니다.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
"서주원씨... 엉뚱한 면은 있지만 말을 곧잘 하는군요. 사람과 교류가 적었을텐데."
서주원:"뭐, 뭐...?! 외, 외도는 나쁜 거잖아! 누가 그런 데에 로망이 있냐?!" 뺨이 붉어져서는 정말로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손사래를 합니다.
"나... 뭔가 말 하는 거 이상해? ... 오 지배인 아저씨 말고 다른 사람이랑 얘기를 너무 오랜만에 해봐서..."
"뭐... 너 보면. 재미있어 보여. 무선 스피커 같은 이상한 소리 하는 것도 그렇고. ... 네가 연출할 극은 분명 재밌을 것 같네."
"목소리도 괜찮은데. 노래를 했어도 나쁘지 않았을지도." 아부하는 게 아니라 진심이라는 듯 검지를 휘 들어 슬쩍 가리키고는 다시 난간에 기댑니다.
차해수:"평가도 할 줄 알고. 제법 당돌한 맛이 있네요." 흐음... 하고 바라봅니다.
"재미있을 것 같으면, 이번 푸른 장미의 노래 만큼은 서주원씨도 가까이서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노력한 만큼은 보여주고 싶으니까. 원작자에게."
"생각해보면 푸른 장미의 노래는 상당히 희망적이고 진취적인 내용이지요. 지금 기분으로 쓰기 쉽지 않았을텐데."
서주원:"... 무슨 상관이야? 괴테는 그럼 악마 만나보고 <파우스트> 썼겠어?" 말의 속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는 딴청을 피웁니다.
"아, 마침 들린다. 그 남자 주역의 파트인가 보네." 말을 하고는 무대가 있을 방향의 아래 쪽을 가리킵니다.
차해수:"흠... 어떻습니까? 배우들에 대한 본인의 평은."
서주원:"음~ 다들 잘 해. 연기는 직접 볼 수가 없으니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성량도 좋고 발음도 잘 들리고."
"여기선 음향장치의 영향을 못 받으니까, 목소리가 확실히 잘 들리거든." 자조하듯 웃으면서 아래에 무대가 있을 위치의 바닥으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발렌틴'이라면... 좀 더 이렇게... 해석해서..."
옥상에서 몇 번이나 들은 탓에 가사를 외운 듯, 그 자리에서 주역의 소절을 부릅니다. 실제로 안무를 본 적 없으니 온전히 상상 속의 해석으로 손짓을 곁들입니다.
"... 라는 느낌이어도 재밌을 것 같단 말이지." 어쩌다 보니 나서버렸다는 듯 금세 연기에서 벗어나 해수 쪽을 봅니다.
차해수:"소년 발렌틴 느낌이군요. 이건 이거대로 신선한데요."
"노래도 잘 하고..."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라고들 하더니, 그 말이 영락없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압니까? 나중에는 정말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어서... 면접도 볼 수 있을지. 배우든, 직원이든."
서주원:"... 평가도 하고 말야. 제법 당돌한 감독이네." 아까 들었던 맛을 그대로 되돌려주며 모자를 벗어 부채를 부치듯 합니다.
"무슨... 됐어. 상상이 구체적이면 밤에 잠을 못 자게 돼. 생각은 최대한 안 할수록 이득."
"오 지배인 아저씨 말로는, 이 머리카락이 특히 엄마랑 닮았다고 하더라. 이것만 아니었으면, 청소하는 지애 아줌마를 그렇게 피할 필요까진 없었을텐데." 웃으면서 가벼운 화제로 돌립니다.
차해수:생각은 안 할수록 이득이라는 사람이, 20년동안 한 사건에 매달리나? 고개를 짧게 젓습니다.
"눈에 띄는 구성요소이긴 하군요. 천연 곱슬에, 갈빛이니. 아니, 더 밝은가?" 모자 아래 머리카락을 유심히 살핍니다.
서주원:상대가 가만히 제 머리카락을 살펴보자 말을 꺼낸 본인이 쑥쓰러워진 듯. 모자를 다시 써서 머리를 덮습니다.
"시, 실례거든." 슬쩍 물러나서 잘생긴 얼굴 위에 손을 휘휘 저어봅니다.
차해수:이건 무슨 제스쳐냐는 눈빛으로 한쪽 눈썹을 들었다 내립니다.
"공연은 보통 끝까지 듣습니까? 여기서 계속 들었다면 이 작품은 처음도 아닐텐데."
서주원:"매번 들을 때마다 조금씩 바뀌니까. 어지간 하면 끝까지 들어. 공연하는 중에는 아무도 안 올라오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벌써 어둡네..."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렇지. 좋은 거 알려줄게. 여기로 와 봐." 난간에서 떨어져 아까 섰던 무대의 천장 부근으로 다가가 다시 섭니다.
바로 밑에 무대가 있을 곳의 천장 위에 서자. 아래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의 진동 소리가 들려옵니다.
무대가 마무리되고 커튼콜에 배우들이 올라온 듯, 대단한 환호 소리가 느껴집니다.
"어때? 감독한테도 이런 건 처음이지?"
차해수:주원이 인사를 하자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습니다.
"그렇네요; 세상에는 참 별난 관객이 많군요."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진동으로 느낀다라... 꽤 과학적이군요. 재미있는 흐름이고. 꽤 로맨틱하기도." 제 팔짱을 끼고 선 채입니다.
서주원:어두워져 거의 인영만 보이는 상대의 옆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처음 겪는 묘한 공기를 어색해 하듯이 웃는 소리를 내었다.
"네가 하는 말은 다 재미있네... 나하고 다르기도 하고. 아... 세상 사람들이 다 나 같으면 곤란하겠지만."
"마지막에 여기에 서 있으면, 무대에 오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어지간하면 끝까지 있는 거야. ... 열심히 한 배우들한테는 비밀로 해야겠지만."
차해수:"그거 압니까? 소리로 공연장 내부를 꽉 채우는 방법... 그건 소리를 크게 만들고 음향장비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오히려 내부를 싹 비우면, 작은 소리조차도 내부에 울리면서 가득차게 되지요."
"그러니까, 다음 번에 공연장이 비면 노래 한 곡 해 주시지요. 공연장에 울릴 만한 박수를 쳐 드릴테니. ...5초 이내로."
서주원:밤중에 나긋나긋하게 들리는 상대의 목소리를 멍해진 상태로 듣다가 마지막에 닿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어두워서 표정이 보이지 않을 텐데도 시선을 어떻게 둬야 할지 망설이다가 이내 양 손으로 모자를 눌러 씁니다.
"... 나, 다른 사람 앞에서 노래한 적, 한 번도 없는데... ... 여기는 완전 비밀 보장이니까, 한 번쯤... 불러보고 싶었어서."
"역시 오늘만 듣기에는 아쉬웠지?" 괜히 과장되는 몸짓을 하고는 무대가 있던 천장에서 한 발짝 앞서 걸었다.
"그, 그럼 첫 번째 관객에게 아쉽지 않게... 연습해볼까. ... 약속, 한 거다?"
차해수:비즈니스맨에게 약속은 목숨같은 것입니다. 조용히 한손 새끼손가락을 내밉니다.
서주원:"...?" 자신도 새끼손가락을 들어보입니다.
"아, 이렇... 게?" 이게 맞는 사인이냐는 듯, 앞에서 까딱까딱 해 보입니다.
차해수:씨익 웃으며 먼저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로 도장을 찍습니다.
"계약도 했고, 공연도 끝났고. 내려갈까요."
서주원:"응, 관객들이 나오기 전에 돌아가야 하니까... 아, 그렇지."
"매번 내가 널 찾아갈 수도 없으니까, 혹시 나한테 찾아오고 싶다면 1층 분장실 맨 끝의 복도로 와."
"와서 벽에 걸려 있는 액자를 두 번." 똑똑 노크하는 시늉을 합니다
"그럼 내가 들여보내 줄게."
차해수:아, 역시 비밀통로가... 흥미가 돋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서주원:"그럼 내가 먼저 내려갈게. 다음에 보자." 손을 흔들고는 더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계단을 타고 소리 없이 내려갑니다.
옥상에는 당신만 남았습니다. 아래의 무대 소리도 점점 아득해져 갑니다.
지애씨가 문단속을 하기 전에,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차해수:이번에는 정말로 수상히 여겨질지도... 퇴근시간이 한참 지났으니 서둘러 귀가합니다.
7시에 시작한 오페라는 9시에 막을 내렸습니다... 당신도 그 무렵에 내려와 서둘러 귀갓길에 오릅니다.
밤의 적막이 나쁘지 않은 감각으로 다가옵니다.
다음 날, 평소와 같이 오페라 하우스로 향합니다.
그러나 내부에 흐르는 미묘한 공기는 지난 밤에 흐르던 공기와 전혀 다릅니다.
로비에는 어쩐지, 이미 무대에서 연습에 참여하고 있어야 할 신재호가 멍하니 앉아 있습니다.
차해수:무슨 상황이지? 발을 조금 빠르게 놀려 재호에게로 다가갑니다.
"왜 여기에 앉아있니?"
신재호:"아, 감독님!"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다가 당신의 기척을 느끼고 올려다봅니다.
"그게 말이죠…. 극장에서 큰 일이 생겼나봐요..."
"어른들이 다들 2층 관객석으로 몰려가길래... 저도 가려고 했더니, 다홍 누나가 저는 다른 곳에 있는 게 좋겠대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나중에라도 오면, 2층으로 오라고 전해줄 수 없겠냐고 해서... 여기에 그냥 앉아있었어요."
차해수:2층..? 재호에게는 고맙다고 말해두고는 2층으로 올라갑니다.
그 말에 2층으로 향하면, 한쪽 좌석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는 게 보입니다.
사람들을 헤치고 나아가면, 그곳에 보이는 것은 10번 좌석에 잠든 듯 앉아있는 손님입니다.
잠든 걸까, 하는 생각도 잠시. 그의 맥을 짚고 있던 도민수가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
몇 배우와 관계자가 모인 공간은 얼음장 같은 침묵이 내려앉습니다.
차해수:"...뭡니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건만. 생각보다 커진 사건에 인상을 찌푸립니다. 피해자는 일면식 없는 이일까?
죽어있는 사람은, 성인 남성입니다. 평범한 정장을 입고 있고 차림새 만으로는 그렇게 튀어 보이지 않습니다.
신입인 당신은 물론이고 모두가 그와 모르는 관계라는 듯, 고개를 내젓습니다.
시신의 최초 발견자는 관리인인
류지애
인 듯 합니다. 그는 떨면서 입을 엽니다.
류지애:“그, 그게… 어제 공연이 끝나고, 좌석을 청소하는 데 이 박스석에 손님이 여전히 앉아 계시더라구요…….”
“공연을 보다 잠드신 건가 싶어서, 손님을 흔들어 깨우는 데 일어나지 않으셨어요.”
“그,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몸이 차가워서… 사, 살펴보니까, 숨을 전혀 쉬고 있지 않아서….”
“너무 늦은 시간이라 누구한테 신고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극장엔 저 혼자 뿐이라 가장 먼저 오신 분한테 달려가서 말했어요. 여기에 시신이 있다고….” 말을 겨우겨우 잇다가 결국 두려움에 눈물이 차오르는지 손수건으로 입을 막습니다.
차해수:"그럼 설마 공연중에..." 심장마비라도 온 건가? 시신의 겉모습을 봅니다. 외상이나 피가 보일까?
얼핏 보아도 시신과 좌석에는 피가 흥건히 쏟아져 있습니다. ... 병에 의한 급사가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오영길:"우선, 사람들이 모였고 아침이 되었으니 어서 경찰을 부르세...!"
강노아:"... 글... 쎄요. 과연 '경찰'이, 이 범인을 체포할 수 있을까요...?"
강노아의 말에 주위 사람들이 무슨 의미냐며 술렁거립니다. 그것에 강노아는 시신의 가슴, 코사지가 있을 위치를 가리킵니다.
강노아:“하지만 이 사람의 겉옷 주머니… 그러니까 코사지를 꽂는 곳에 이런 게 보란 듯이 있었는걸요.”
노아가 집어 들어올린 것은 새하얀 카드입니다. 검은 글씨가 정갈하게 적혀 있습니다.
무짝 (GM):참고: 물가 상승과 화폐가치를 고려해야겠지만, 1960년 기준, 평범한 일선 공무원의 월급이 3500원~4000원 이었습니다.
5만원은 평범한 가정의 연봉을 넘는 거액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다홍:"이... 이게 대체 무슨..." 카드를 보고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이 하얘집니다.
차해수:맙소사... 주원이 했다고 믿는 것은 아니지만, 범인이 꽤 잔머리를 굴린 모양이군... 그렇게 생각하며 넥타이를 조금 당겨 풉니다.
영길의 지시에, 류지애가 달려가 경찰을 부르러 떠났습니다.
경찰이 오기 전까지, 현장을 잠깐 살필 수 있겠습니다.
차해수:새 근무지에서 이런 일이 생기다니... 가벼운 두통을 느끼며 시신부터 살펴봅니다.
시신은 죽은 지 시간이 꽤 흐른 것인지 뻣뻣합니다. 정갈하게 양복을 입은 채 의자에 앉아있지만, 숨은 쉬고 있지 않습니다.
살펴본다면
시신 전체
와
겉옷 안 주머니
입니다.
차해수:일단 시신을 전반적으로 살펴봅니다. 주변 환경과 함께...
자세히 살펴보면, 시신의 등에는 찔린 자국이 남아있습니다. 그곳에서부터 시작해 번진 피가 옷을 적신 것이 보입니다.
차해수:
SAN Roll
기준치: |
70/35/14 |
굴림: |
2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러나 시신에 다툼의 흔적 같은 건 보이지 않습니다. 등에 남은 자상 외에는 다른 상처도 보이지 않습니다.
차해수:범인은 뒷자리에 앉은 사람일 가능성이 있겠군... 시신의 손이나 주머니도 잘 살펴봅니다.
손에는 상처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겉옷 안 주머니를 확인하나요?
시신이 입고 있는 겉옷의 안 주머니에는 수첩이 있습니다.
수첩
사이에 끼워진
공연의 티켓
과
명함
등이 보입니다.
차해수:티켓부터 살펴봅니다. 날짜, 시간, 좌석번호, 예약자 정보 등...
티켓은 어제의 저녁 7시 공연입니다. 당신이 천장에서 소리를 들었던 극... 좌석은 이 곳. 2층 10번 좌석입니다.
차해수:본인은 맞는 것 같군. 명함으로 신상을 파악합니다.
그가 기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름은 닉네임으로, 벤자민입니다.
차해수:영어 별칭을 쓰는 기자? 하여간 기자들은 위험한 도전을 많이 한다니까.
수첩도 파라락 넘겨봅니다.
온갖 사건과 소재에 대한 기록이 적혀 있습니다.
[ 오페라 하우스의 유령에 관하여 ]
최근 오페라 하우스에서 유령의 목격담이 자주 들리고 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오페라 하우스의 유령이 검은 겉옷을 입었으며, 그 얼굴은 유령처럼 새하얗다고 말하고 있다. 통로가 없는 곳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며, 부당한 요구를 오페라 하우스 측에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유명한 것은 바로 2층의 왼쪽 박스석 10번 자리다. 그곳에 앉으면 정말로 유령을 만날 수 있는 걸까? (중략)
[ 신흥 종교, 황색의 관에 관하여 ]
최근 서울에 신흥 종교가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일부 부유층에게도 전해진 것으로 보이는 이 종교는 기존의 종교와 같이 십자가나 성모 마리아 상이 아닌 다른 것을 성물 내지는 표식으로 삼는다. 아래의 그림처럼 생긴 금색의 뱃지다. 이것을 지닌 사람은 종교의 교인이라고 서로를 인식하는 것 같다. 아직 교리에 대한 것은 자세히 알아보지 못했는데, 적어도 기존 종교와 다른 신을 섬기고 있다는 건 손쉽게 알겠다. 종교인 중 한 명과 접촉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 그들은 천국으로 가는 방식이 기존의 종교와 같이 회개나 선행이 아닌 다른 방식을 통해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중략)
[ 한강의 괴물에 대하여 ]
최근 한남대교가 세워진 근처에서 괴물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강대교 부근에서 지내던 노숙자들에게서 수집한 목격담으로, 일정한 시간이 되면 한강대교 아래의 강변에 무언가 나타난다고 하는 모양이다. 술에 취한 노숙자들이 다른 것을 보고 착각한 것일수도 있지만 이에 대한 조사를 착수해보고자 한다. (중략)
[ 서울 경찰청의 수상한 움직임? ]
최근 서울 경찰청에서 불온한 움직임이 보인다는 제보를 받았다. 권력이야 으레 그렇지만 어딘가와 유착 관계가 형성된 것 같다는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 폭로를 위한 단서가 부족하기 때문에 조금 더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최근 경찰청장은... (중략) |
차해수:수상한 정보가 많군... 챙기거나 옮겨적고 싶지만 보는 눈이 많으니 일단 머릿속에만 넣어둡니다.
좌석 자체는 어떻지? 피에 젖은 의자를 교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위아래로 봅니다.
오페라 하우스의 유령에 대한 괴담의 중심지였던 좌석... 이제는 피가 흥건해 사용할 수 가 없게 되었습니다.
시신이 앉아 있던 좌석입니다. 눈에 띄는 건
등받이 부분
과
팔걸이 부분
입니다.
차해수:오영길씨가 골머리좀 썩겠군... 등받이부터 봅니다.
등에서 시작된 피가 시트를 적신 것인지, 검붉은 피가 등받이 부분에 잔뜩 늘러붙어 있습니다.
아직 먹다 남은 음료수가 있습니다. 관찰력 판정이 가능합니다.
차해수: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 피 냄새가 진동을 해 집중이 되지 않습니다.
통로는 깨끗합니다. 혈흔 한 방울 떨어져 있지 않은 것을 보아, 칼에 찔린 상태에서 옮겨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차해수:이렇게 피가 흥건한데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눈치채지 못한거지? 고개를 기울입니다.
"...오페라 하우스 내에서 식음료 취식이 가능하던가요?
무짝 (GM):박스석이기 때문에 약간의 칸막이가 놓여 있습니다.
도민수:"에? 아, 아아 그렇습니다. 박스석은 요금도 비싼 좌석이라, 기본 서비스로 음료수를 제공하거든요."
한숨을 푹푹 쉬면서 머리를 싸매던 도민수는 질문에 투덜투덜 답합니다.
차해수:기본 제공이라. 음료수 종류를 보고 냄새도 맡아봅니다.
음료수는 쥬스류로 보입니다. 향이 강해 냄새로는 알기 어렵습니다.
차해수: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음료수는 시간이 지난 탓인지, 자세히 냄새를 맡아 보면 조금 위화감이 드는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감각만으로는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곧 팔걸이로 시선이 내려갑니다.
어라, 다른 좌석과 달리, 팔걸이의 앞부분에 손바닥 만한 덧판 같은 것이 덧대져, 나사로 조여져 있습니다.
차해수:? 무슨 목적으로 달려있는지 짐작해봅니다.
차해수:
지능
기준치: |
65/32/13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머리를 씁니다.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좌석 팔걸이에 덧판이 대져 있을 '평범한' 사유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어떤 좌석에도 이런 판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 좌석만의 이상한 점 같습니다...
차해수:"...이 좌석은 개조된겁니까?" 머리를 모아보잔 생각으로 말을 꺼내봅니다. 팔걸이를 검지손가락으로 짚어주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이다홍:"글, 글쎄요. 관객석은 자주 와 보지 않는 데다가... 이 곳만 보수를 했다는 말도 들어본 적은 없어요."
도민수:"하아... 그보다, 곧 경찰이 올 것 같은데요. 일단은 현장에서 물러서 있자구요." 한숨을 푹푹 쉬며 대꾸합니다.
차해수:주원의 사정을 들은 직후라서인지 경찰이 썩 믿음직스럽지는 않지만... 무엇이든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최고인 법이니 물러서있기로 합니다.
전문가들이니, 현장에 대한 전문적인 조사가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찰들과 함께 들어오는 건... 경찰을 부르러 나선 류지애 뿐만이 아니라, 매표소의 마혜주, 로비에 홀로 있던 신재호, 그리고... 또 다른 한 남성입니다.
김요한:“아, 글쎄! 나는 이 사건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다니까!"
"고작 앞자리에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번거롭게 다녀야 하나?! 내 시간이 너희랑 같은 줄 아냐고!!"
바로 전 날, 유령이 남긴 카드에도 언급 된, 2층 5번 좌석에 앉았던 손님입니다. 경찰에 의해 조사를 받고 이 곳에 청취차 소환된 모양입니다.
지배인 오영길은 경찰과 대화를 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피했습니다.
현장에 남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은,
류지애
,
마혜주
,
김요한
,
강노아
,
이다홍
,
도민수
,
신재호
입니다.
경찰:"기자, 벤자민... 사망 추정 시간은 17일 20시경. 범행이 가능했을 시간은 피해자가 스스로 걸어 들어 온 오페라 공연 도중이었겠군."
"사건 당일에 대한 증언을 청취하겠습니다."
경찰은 수첩을 들고 와, 모여있는 인원들을 파악하고는 볼펜을 꺼냅니다.
이다홍:"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요..." 심란한 낯으로 증언에 임합니다.
"2층 좌석은 공연 중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 자리예요. 저와 노아씨는 무대에 있었구요."
강노아:"그... 그렇습니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부터 분장을 하고 대사를 맞춰봐야 했어서... 17일 저녁무렵부터 퇴근까지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했으니... 저와 다홍씨는 서로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있습니다. 목격자도 많구요."
경찰은 그 진술을 메모합니다. 역시 공연에 올랐을 도민수에게도 시선을 줍니다.
미묘하게 화가 난 듯한 표정의 도민수는 경찰의 시선에 불쾌하다는 듯 입을 엽니다.
도민수:"이 자는 기자이니 원한을 살 사람이 너무 많아, 누구한테 죽어도 이상하지 않겠어요. 그게 하필 이 오페라 하우스에서 당한 거 아니에요?"
"저도 그 시간에는, 두 주연과 함께 무대 위에 있었습니다. 조연이라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요."
경찰:"그렇군요... 평소와 다른 점은 없었다...?"
아역 배우인 신재호는 눈치를 보며 주변을 살피다가, 세 성인 배우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아무 말도 꺼내지 않습니다.
경찰:"알겠습니다. 10번 좌석은 분명히 저 벤자민이라는 사람이 구매한 것이 맞고요?"
마혜주:"네에, 그래요. 뭐어 표를 사는 사람을 전부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2층 10번 좌석은 독특하니까.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죠. 저 사람이 맞았어요."
류지애는 처음 모두에게 설명했던 벤자민의 첫 발견 상태에 대해 반복합니다. 아직도 놀란 정신이 진정되지 않은 듯 합니다.
경찰:"으음, 알겠습니다... 그리고... 음향 감독인, 차해수씨?" 수첩과 인적사항을 툭툭 볼펜으로 건들이다가 당신을 봅니다.
차해수:티켓을 확인했으니 좌석의 주인임은 틀림 없겠지.. 생각하다가 부름에 경찰을 봅니다.
경찰:"17일 오후 7시부터 9시. 오페라가 공연되었을 때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진술해 주십시오."
차해수:잠시 입안에서 말을 굴리다... 오영길이 뒷받침을 해줄테니 괜찮겠지 싶어 입을 엽니다.
"연습이 끝나고는, 오 지배인님의 부름을 받고 집무실로 갔습니다. 무대의 방향성이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잡담을 하던 중... 이곳에 옥상이 있다고 들었지요."
"그래서 바로 퇴근하지 않고 옥상에 올라갔습니다. 마침 공연소리가 들리기에 7시부터 9시까지는 쭉 옥상에서 음악을 감상했죠. 최대한 맡은 업무에 관한 방향으로."
경찰:"옥상에서 공연의 음악을 감상했다... 이 말입니까? 혼자서 말이에요?"
차해수:"그렇습니다." 서류상 없는 사람이니 혼자가 맞지 뭐. 뻔뻔하게 생각합니다.
경찰:"꽤나 별나시군요. 2시간 동안이나 혼자 옥상에 있었다..."
경찰은 탐탁지 않은 듯 눈썹을 들어 올립니다.
경찰:"오 지배인의 부름을 받았다고 하였으니. 그 쪽의 진술과 교차해 파악하겠습니다."
"조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모두 여기서 대기하십시오."
경찰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른 경관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곳으로 다가갑니다.
김요한:"뭐야?! 내가 누군지나 알아?! 너희들이 꾸물거릴 동안 나보고 여기서 계속 기다리라는 소리냐고!"
김요한이 소리를 빽빽 지르는 것이 관객석을 울립니다...
잠시 대기자들끼리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차해수:"김요한씨?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셨던겁니까?"
경찰을 향해 식식 화를 내던 김요한은 당신이 돌아보자 그 쪽을 봅니다.
김요한:"불도 꺼지고, 박스석은 칸막이가 쳐져 있는데, 내가 영문을 어찌 알겠나?!"
"애초에 좀 이상했다 치더라도, 굳이 내가 확인할 것도 없지 않나?! 나한텐 책임이 없어!"
차해수:"그냥 순수한 궁금증에 물어본겁니다." 진상 다루는 데에는 별 것 없지. 그저 웃어줍니다.
김요한:"웃음이 나오나? 지금?! 난 매 주 이 극장에 와! 그런데 어제 뒷좌석 녀석만큼 귀찮은 녀석은 또 간만이었어!"
차해수:"귀찮은 녀석? 공연 중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김요한:"듣자하니, 피해자라는 그 남자. 기자였다지? 변을 당한 건 딱하다만, 요새 기자들은 그렇게 품위가 없나?"
"오페라 극은, 시작하기 전부터 감상할 분위기에 집중하는 것이 기본이거늘. 시작 전 객석에 들어와서는, 다른 사람이랑 소근소근 하지를 않나... "
"또 공연이 시작하고 나서는 뒤늦게 온 사람이 자기 자리라면서 등 뒤에서 자리를 찾아왔다면서 부스럭부스럭 하더군..."
"한참 지나 이제 좀 집중을 하려니까. 공연 중간에 쇠랑 쇠 부딪히는 비슷한 소리가 나서. 나도 더는 못 참겠어서 제발 조용히 하자고 헛기침을 몇 번이나 했어."
"그랬더니 내 말을 좀 이해했는지, 그 이후부터는 조용하더군. 공연이 끝난 후엔 난 곧장 집으로 돌아갔고 말이야!"
김요한은 성질을 풀려는 듯, 화를 버럭버럭 내면서 어제의 일을 설명합니다.
차해수:"이건 꽤 중요한 증언이로군요... 화로 가득 차있지만."
"팔걸이에도 이상한 덧판이 있지 않았습니까."
김요한:"엥? 이상한 덧판? 내가 앉았던 좌석엔 그런 거 없었어!"
차해수:흠... 10번 좌석의 등받이를 다시 봅니다. 피 외에 구멍이나 뭔가 장치같은 게 있나?
당신은 그 진술에, 등받이로 다시 다가가 확인합니다. 피가 묻어 있는 것을 감수하고 가볍게 만져보면... 다른 부분은 다 푹신하지만 중앙 부분에 딱딱한 게 느껴집니다.
차해수:뭔가의 장치가 발동했나? 유심히 바라보다가 손을 내립니다.
범인을 찾아내는 것도 좋지만... 오영길쪽으로 가서 슬쩍 말을 겁니다.
"부탁 들어드리려다 의심 사게 생겼습니다." 탓하는 투는 아니지만, 증언을 일치시켜주길 바라는 낯입니다.
오영길:경찰들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당신을 돌아봅니다.
"아아...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방금 질문을 하러 온 경찰에게는, 옥상에 대한 것을 제가 일러주었다고 전달했습니다. 2시간의 공백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당신을 옥상으로 보냈다는 것은 제가 증언할 수 있으니 일단 걱정은 놓으시지요."
차해수:"감사합니다. ...그리고 오페라하우스에서 이러한 일이 생긴 것은 유감입니다."
"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주원군에 대한 건 전부 그냥 소문... 이니까요."
"돌아가 보시죠. 말이 더 나오지 않도록. 경찰들과는 제가 이야기를 하고 있겠습니다."
차해수: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나... 이번에는 재호쪽으로 갑니다.
"썩 말이 없구나. 괜찮니?"
"경찰 아저씨들이... 어린애를 여기서 세워둘 수도 없고... 하고 얘기하길래 무슨 일인가 하고 따라왔는데..."
"무... 무서워요...! 이, 이 아저씨... 2층 10번 좌석에 앉아서... 저, 저주 받은 게 아닐까요...?!"
차해수:역시 그건가... 고개를 갸우뚱 합니다.
재호도 전날의 공연에 출연했을까?
무짝 (GM):작은 역으로 잠깐 출연했습니다.
차해수:"공연할 때 별 일은 없었니? 이상한 사람, 행동, 유령의 신호... 뭐든."
"너무 별 거 아니라서... 그리고 다른 형 누나들도 말을 안 하길래..."
차해수:뭐기에? 다른 사람들의 눈을 몸으로 가려줍니다.
신재호:"저... 민수 형이요, 평소같으면 매번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와서 상태를 점검하거든요..."
"그런데... 어제만 공연이 시작하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어요. 처음부터 등장하는 배역이었다면 지각이었을 정도로..."
"조금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는데, 아무리 성실한 민수 형이어도 하루쯤은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고..."
"그럴 수도 있겠지. 어쨌건 말해줘서 고맙다." 어꺠를 툭툭 두드려줍니다.
재호는 당신의 격려에 몸을 뻣뻣하게 섭니다. 다른 경찰이 그를 안내해 쉴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줍니다.
차해수:"아, 그렇지. 류지애씨? 오늘 가장 먼저 온 사람에게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알렸다고 했는데. 그게 누구였습니까?"
류지애:"네, 네...? 처... 처음 오신 분은 배우인 다홍씨였어요... 평소에도 가장 먼저 와서 연습을 하시니까..."
"다홍씨가 빠르게 객석을 차단하고, 무대 쪽으로 오는 사람들에게 이 일을 알렸어요. 저는... 아무것도 못 했어요..." 울먹울먹하며 말을 잇습니다.
차해수:이전에도 느꼈지만 리더쉽이 있는 분이군. 잠시 증언을 곱씹습니다.
"그럼... 마혜주씨의 증언만 듣지 못했군요. 7시 이후로는 계속 티켓박스에 있으셨습니까?"
마혜주:빈 객석에 까딱까딱 기대어 서 있다가 당신의 말에 그 쪽을 돌아봅니다.
"네에, 그랬죠. 한창 바쁜 시간은 티켓 오픈 시간인 7시까지니까, 그게 지나고 났으니 계산을 확인해야 했으니까요."
차해수:따지고보면 그때 혼자였던 사람은 많으니... 고개를 끄덕이고 대화를 마무리합니다.
차해수:그 전에 도민수씨를 은밀하게 부릅니다.
"어제 공연에 다소 촉박하게 도착한 모양이던데요."
도민수:팔짱을 끼고 한숨을 푹푹 쉬고 있다가 당신이 말을 걸어오자 신경질적으로 돌아봅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거, 누구한테 들었어요?"
도민수:"... 환장하겠군. 화장실 좀 다녀왔습니다. 그게 그렇게 이상해요?!"
"별... 아무 것도 아닌 것 가지고 사람 의심하지 맙시다!"
차해수:"딱히 의심까지도 아니었습니다." 손을 살짝 들고 순순히 물러납니다.
시간이 지나자, 대기 중인 사람들 사이에서 미묘한 기류가 흐릅니다. 조금 진정이 되자 한 가지의 생각이 떠오릅니다.
도민수:“그래서, 어떻게 할 거예요? 저 말도 안 되는 유령인지 뭔지 하는 놈의 부탁을 들어줄 겁니까?”
2층 10번 좌석에 앉은 대가인 5만원. 그것에 대해 도민수가 입을 엽니다.
강노아:"...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희생자가 나오는 것보다는... 일단 돈을 주고 달래는 것이 맞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다홍:"저도 유령... 이라는 것을 믿고 싶지는 않았지만, 피해자가 나온 이상... 5만원... 어찌 되었든 사람 목숨보다는 가볍잖아요?"
도민수:"무슨, 지금 진심입니까? 아~, 주연 배우는 그 정도는, 거금도 아니다 이겁니까?"
"애초에, 매번 비워 두는 2층 10번 좌석은 대체 왜 판 거예요?!"
마혜주를 쏘아보며 그렇게 말하자 혜주는 씹던 껌을 종이에 뱉어버리고 한 마디 합니다.
마혜주:"그 기자라는 작자가, 자기는 '오페라의 유령'에 대해 꼭 알고 싶다고, 좌석 값의 세배를 주겠다는데 그럼 어떡해요?"
"10번 좌석을 비운다는 거, 우리끼리 얘기고. 뭐... 못 팔 것도 없고! 매표 직원 월급이 얼마나 짠데, 용돈 벌이 좀 하려 했던 것 뿐이에요! 설마 진짜 유령이 나설 줄 알았나... 재수 옴붙었어." 짜증을 섞어 중얼중얼 거립니다.
류지애:"싸... 싸우지들 마세요... 제... 제 월급도 큰 편은 아니지만... 유... 유령을 달래는 데 필요하다면... 저라도 보탤 테니까...!"
모두의 목소리가 격양되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어떻게 할까요/
"...그 저주말입니다. 오페라하우스 내부인 사이에서만 도는 게 아니라, 외부인도 아는 소문입니까?" 화제를 돌립니다.
류지애:"일단은 저희 끼리 쉬쉬하고 있지만... 기자님처럼 소문에 밝은 분이라면... 어떻게든 샐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말대로 2층 10번 좌석은. 지금까지 저희가 적당히 핑계를 대며 팔지 않고 있었거든요..."
차해수:"그렇군요. 애초에 범인이 외부인이라면... 저주에 대해 자세히 알고있다는 부분이 신기해서 말입니다."
"뭐... 경찰을 믿고 기다려보죠."
류지애:"겨, 경찰이 유령을 어떻게 잡나요...?!"
"차 감독님... 감독님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5만원..."
차해수:"...일단 5번 자리에 두고. 매복해있다가 범인이 나타나면 덮치는 게?"
류지애:"유, 유령이 나타나면 어떻게 하시려구요...?!"
이다홍:"지, 지애씨 유령 이야기는 일단 덮어두고... 상대가 흉기가 있다면 한 사람에겐 위험하고, 여러 사람이면 매복이 금세 들킬 거예요."
도민수:"아~, 그래. 꼭 5만원을 넘겨줘야 겠다면, 내가 5번 좌석에서 돈을 끌어안고 있겠어! 그 뻔뻔한 낯짝을 봐야 직성이 풀리든 말든 할 테니까요!"
차해수:대단한 사람이다... 입을 살짝 벌립니다.
도민수는 유령같은 거,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괄괄히 화를 내고. 노아와 다홍은 그를 쩔쩔매며 말립니다.
류지애는 구석에서 훌쩍이고 있고. 마혜주는 담배가 태우고 싶어졌는지 주머니를 연신 뒤적이다가. 실내인걸 떠올리고 짜증을 섞은 한숨을 깊게 쉽니다.
오영길:"자, 자. 여러분... 일단 진정합시다."
"도민수군. 염려하지 말아요. 유령에게 5만원을 넘기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경찰들과 대화는 제가 해 두었습니다. 일단... 혼란을 피하기 위해, 사건의 윤곽이 잡히기 전까지는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 것으로 이야기 해 두었습니다."
"김요한 고객님.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이후 부디 부담없이 방문해 주십시오."
사인이 등 뒤의 자상인 탓에, 김요한의 혐의는 벗었으나, 수사중인 동안은 주요 증인으로 경찰의 지시를 받는 것으로 이야기가 된 모양입니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지 김요한은 화를 식식 내면서 돌아갔지만...
오영길:"... 여러분도 많이 지치셨겠습니다. 이만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차해수:한숨을 길게 내쉬고 가방과 코트를 챙겨듭니다.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로 관계자들이 하나둘씩 오페라 하우스를 떠납니다.
오페라 하우스에 남겨진 것은. 몇 상주 직원과... 이 오페라 하우스 어딘가에 있는... 유령입니다.
그에게 이 사실에 대해 전달할 수도.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차해수:혹시 유령씨가 뭔가 알고있을까? 내일은 내일대로 바쁠테니... 분장실 복도 끝으로 가봅니다.
모두가 오페라 하우스를 떠난 늦은 시각. 당신은 분장실 복도 끝을 향했습니다.
차해수:복도 끝에서 액자를 두번 두드려봅니다.
분장실 복도 끝에 걸린 액자 그림을 두 번 노크하면,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당신이 서 있는 벽면이 여닫이 문처럼 열립니다.
문을 살짝 열어보면 짧은 통로가 있고, 그 너머에 작은 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벽면에 숨겨진 문은 안쪽에 문 손잡이가 있고, 겉면의 홈은 벽지로 도배되어 있어 바깥에서 알 수 없는 구조입니다.
숨겨진 문을 닫고, 복도를 걸어 반대편 문을 열면 유령이 지내는 서재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방의 한 가운데 있는 탁자에는 신문과 종이들이 어지럽게 널려있고, 한쪽의 벽면에는 책장이, 반대쪽 벽면에는 종이들이 벽에 매달린 채 붉은 끈으로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바닥에는 오선지들이 굴러다니고, 책상을 기준으로 소파가 놓여있습니다. 소파에서 가까운 곳에는 기타가 기대어져 있네요.
소파에는 서주원이 앉아 있습니다. 당신이 온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들어 보입니다.
서주원:"안녕?" 읽고 있던 신문을 내려두고 그 쪽을 봅니다.
"하루만에 보는 건 오랜만이라도 해도 되려나 모르겠네. 아, 침대 위라도 괜찮다면 앉아." 의미없는 말을 하고는 앉을 곳을 가리킵니다.
차해수:"불쑥 들어와도 별로 놀라지도 않는군요." 방을 가볍게 둘러보고는 코트를 소파 위에 걸쳐두고 침대에 앉습니다.
서주원:"내가 알려줬는데 놀랄 게 있나. 뭣보다... 오늘 있었다는 일에 비하면 다른 건 놀랄 것도 못 되잖아." 2층에서의 일을 암시하는 말을 하고는 당신을 봅니다.
차해수:"들었습니까? 아주 제멋대로 유령을 사칭하던데."
서주원:"... 나 참. 나한테 돈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닌지." 어깨를 으쓱해 보입니다.
"대충만 전해 들어서. 어떤 영문인지는 몰라. 어제 우리가 듣고 있었던 공연의 객석, 그 2층 10번 좌석에서... 라는 것 정도."
"... 네 알리바이가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한걸."
차해수:"지배인님이 도와주실테니 그쪽은 문제가 안 될겁니다." 아마도, 지만.
"밤에 돌아다니면서... 누가 그쪽 좌석에 손대는 건 못 봤습니까?"
서주원:"그쪽 좌석? 무슨 의미로 하는 말이야?"
"좌석에 이상한 데라도 있었어?"
차해수:"팔걸이에는 못 보던 판이 대어져 있고, 등받이는 묘하게 딱딱하더군요. 당일에 쇠가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도 있으니 뭔가 장치가 있는 것이 아닌지."
서주원:"허?" 이야기를 듣고는 다리를 고쳐 꼽니다. 그 광경을 상상해 보듯이 미간을 구겨 봅니다.
"덧대어져 있었다면, 용접? 아니면 나사로 풀 수 있었어?"
서주원:"그럼 처음부터 그 꼴은 아니고... 나중에 누가 조작한 건가... 풀어보려면 풀어볼 수도 있겠네."
"뭐, 아무리 내가 밤에 돌아다닌대도, 그게 매일인 것도 아니고."
"만약 장치가 되어 있는 거라면... 운 나쁘게 그 사람이 그 좌석에 앉았거나... ... 죽이기 위해 그 좌석에 앉혔거나... 아냐?"
차해수:"본인이 직접 그 좌석에 앉고싶어서 구매해 앉았다고 했으니... 피해자를 특정한 건 아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항상 비워두는 좌석이 언제 팔릴 줄 알고 그렇게 설치해둔 것인지는 의문이군요."
"뭐, 잘 모른다면 됐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아니니."
서주원:"유령이 한 일이라며, 그럼 나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거 아냐?"
"10번 좌석은 통로쪽이지... 그러면, 바로 옆이 9번 좌석일텐데. 거기 앉은 사람은 옆에서 그 사단이 나는데도 몰랐대?"
차해수:"그렇잖아도 옆이나 뒤에 앉은 이의 증언도 궁금했는데... 그것은 듣지 못했고, 앞에 앉은 이는 몇 가지 소음은 들었다고 하더군요."
서주원:"소음? 쇳소리 외에도 더 있었대?" 진지한 얼굴로 되묻습니다.
차해수:"시작 전에는 다른 이와 소근거리는 소리..."
"공연 시작 후에는 뒤에서 누군가 뒤늦게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소리..."
"그러고는 쇳소리입니다. 이후에는 조용했고."
서주원:그 말을 듣고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 미간을 좁힙니다.
"10번 좌석 바로 앞에 앉은 사람이 그걸 들었다는 거지? 그러면 5번 좌석이겠네." 오페라 하우스에 오래 산 탓에, 대강의 지리가 머리에서 그려집니다.
"10번 좌석엔 처음부터 와서 앉아 있었고, 이후에 다른 사람이 좌석을 찾아오는 게 들렸다... 박스석이니 너무 먼 자리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을테고. 그럼 늦게왔다는 사람은 9번 좌석이겠네."
"그런데 경찰이 9번 좌석 사람을 안 불러왔다고? 이상하지 않아?"
차해수:단순히 아직 못 찾았겠거니 싶었는데... 또 경찰이 무능한 짓을 한 건가? 주원의 말을 경청합니다.
"내일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어디, 더 얘기해봐요." 손짓합니다.
서주원:"뭔, 소리야. 맡겨놨어?" 툭 뱉고는 꼬았던 다리를 풉니다.
"내일 갈 것까지 있나... 그 매표소 직원. 밤 늦게까지 일하잖아."
"바로 어제의 판매 기록이라면 아무리 그래도 있겠지."
차해수:"마혜주씨 말이군요. 한 번 물어봐야겠습니다."
방 벽에 이어진 붉은 실에 문득 시선이 닿습니다. 나름대로 조사하고 있는 건가. 마치 탐정같군...
서주원:"남의 방을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 빤히 보시네." 흥 하는 소리를 냅니다.
"그 의자도... 네 말대로라면 분명 뭔가 조작이 된 것 같은데... 심증만으로는 확실하지 않으니..."
차해수:"류지애씨가 매일 순찰을 도니 조작하기도 쉽지 않을텐데 말입니다."
서주원:"응... 워낙 넓으니까. 류지애씨가 다니는 시간을 안다면 뭐... 못할 것도 없겠지만 말야."
"그렇지. 드라이버 빌려줄까? 나사 한 번 따봐." 이런 소리를 태평하게 합니다.
차해수:"그럴까요? 주신다면 감사히." 이런 대답을 태평하게 합니다.
역시 범인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군...
서주원:"주머니에 넣기 좋은 만한 것으로 줄게. 나중에 돌려주고." 책상에서 뒤적뒤적 하더니 드라이버를 하나 꺼내어 줍니다.
차해수:크기별로 있어..? 받아서 주머니에 넣습니다...
서주원:"옛날 일에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아, 오해하지 마. 드라이버, 기타 감개 교체할 때 필요하단 말야. 그러니까 나중에 돌려줘."
차해수:"그러죠. 어차피 또 종종 볼 것 아닙니까?" 의심할 생각도 안 했다. 물흐르듯 넘기고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오늘은 매표소에 가봐야 하니 모임은 조기종료군요."
서주원:모임이란 단어가 나쁘지 않은지 후후 하고 웃어보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어두울 텐데. 조심히 가고... 다음에 봐." 나가는 통로의 문을 열어줍니다.
작게 난 유리창을 똑똑 노크합니다.
마혜주:안에서 반쯤 졸면서 밀린 일을 하다가 노크 소리에 머리를 벅벅 긁으며 깹니다.
"... 뭐야. 윽, 차 감독님? 아직 퇴근 안 했어요? 이런 날인데..."
차해수가
차해수:"퇴근길입니다. 인사나 하고 갈까 하다가, 문득 의문이 생겨서."
"잠을 깨워서 미안합니다만... 어제 표. 9번 좌석에는 누가 앉았습니까?"
마혜주:"9번 좌석? 아..." 어차피 지금 하는 일이 어제의 기록을 정리하는 일이었는지 팔락팔락 해 보입니다.
"어제는... 9번 좌석은 안 팔렸어요."
"비어있었단 말입니까?"
마혜주:"예에, 안 팔렸어요." 퉁명스럽게 대답합니다.
"박스석은 요금이 비싸니까, 종종 좌석이 남을 때도 있어요. 뭐, 이상해요?"
차해수:"음... 아닙니다. 그 말대로군요."
"일 보시지요. 나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마혜주:"네에." 그 말을 하고는 다시 박스석 유리 아래로 고개가 내려갑니다.
Miro:드라이버를 지금쓸지 낼쓸지 고민중이에요
차해수:그럼 나가는 척 10번좌석으로 돌아갑니다. (정말 수상해)
그렇다면 순찰중인 류지애씨를 피해, 민첩 판정합니다.
차해수: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평소처럼 청소도구를 들고 복도를 걷는 것을 지나쳐 그 틈에 객석으로 돌아옵니다.
10번 좌석입니다. 시신은 수습되었지만. 좌석은 여전히 엉망인 상태입니다.
차해수:최대한 조용히 팔걸이의 나사를 풀어냅니다.
팔걸이의 나사를 풀어내면, 판이 툭 하고 떨어집니다. 소리가 나지 않게 잡아챕니다.
팔걸이의 안에는, 레버처럼 서로 연결된 금속 장치가 들어있습니다. 판으로 가려진 쪽에는 큰 자석이 붙어 있습니다.
차해수:어떤식으로 작동하는 건지 짐작해봅니다.
원래 판으로 가려진 쪽에 다른 자성이 강한 물건을 가져다 대면, 자석이 끌어붙어 레버가 작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차해수:자성이 강한 물건... 원리를 머릿속으로 정리해두고는 몸을 비낀 채로 쇠라이터를 살짝 갖다대봅니다.
순간 목 뒤가 서늘해집니다. 좌석의 등받이에서. 칼날이 튀어 나옵니다.
차해수:쯧, 하고 혀를 차고는 라이터를 회수합니다.
라이터를 떼면, 레버가 해제되어 칼날이 안으로 들어갑니다.
Miro:그제야 드라이버로 장치들을 원래대로 해놓고 귀가합니다.
사건을 뒤로 하고 맞은 다음 날. 평소와 같이 침대에서 일어납니다.
신문을 본다면 오늘자 신문에는 어제 오페라 하우스에서 일어났던 살인 사건에 대한 기사는 실리지 않았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혼란이 생길 까봐 지배인인 오영길이 경관들에게 부탁해 입단속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수 있을까요. 한시라도 빨리 사건의 범인을 찾아내는 것만이 해답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극장으로 향합니다... 오늘은 연습을 할 수 있을까...
어제의 사건 때문인지, 오늘도 극장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축 처져 있습니다.
무대로 향하면 축 처진 신재호가 당신에게 인사합니다.
"아무래도 다들 기운이 없네요..."
차해수:"연습이 한창이어야 할 시기에... 걱정스럽구나." 한창 활기가 차오를 때였는데. 한풀 꺾인 느낌에 불만족스러운듯한 표정입니다.
신재호:"네에... 그, 그래도 제 배역은 최선을 다 할게요."
"무대로 올라가요. 다른 형 누나들은 이미 다 와 있을지도..."
차해수:"그래, 함께 올라갈까." 재호를 데리고 무대 위로 올라갑니다.
무대 위로 올라가면, 이제는 익숙해진 얼굴들이 하나 둘 인사합니다.
강노아:"차 감독님, 좋은... 아침입니다." 머쓱하게 표정에 힘을 주어 인사합니다.
이다홍:"...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일단은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구요." 역시 다가와서 인사합니다.
차해수:"억지로 힘 내라고는 안 하겠습니다만, 몸을 적당히 움직여주어야 컨디션도 회복이 되는 법이지요. 목풀기부터 시작합시다." 극원들을 가볍게 채찍질합니다.
이다홍: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되려는 듯 목을 풀고 당당한 모습을 보입니다.
강노아:역시 평소의 루틴대로 목풀기 연습부터 시작합니다.
신재호:스트레칭을 하고 옆에서 따라 목을 풀어요.
차해수:경찰은 아직 별다른 이야기가 없는건가? 연습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강노아:"자... 이제 본격적으로 대사 연습을 해야겠는데... 어?"
신재호:"저어... 민수 형은 아직 안 왔나요?"
이다홍도 그 위화감을 눈치챘는지 주변을 둘러봅니다.
차해수:덩달아 주변을 둘러봅니다. 그러고보니 그 소란스러운 사람이 오질 않았군...
"열정이 대단한 사람 아닙니까? 말도 없이 불참이나 지각을 할 것 같지는 않은데."
강노아:"그러게 말이에요. 아무리 늦어도 이 시간에는 오곤 했는데... 감기라도 걸린 걸까...?"
이다홍:"설마요. 민수씨라면 감기여도 무대에는 왔을 거예요. ...음."
"저어, 신경이 쓰여서 그러는데, 잠시 민수씨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민수씨가 없으면 진행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차해수:"그럽시다. 누구 오늘 아침에 본 사람 없습니까?" 무대 주변을 돌며 찾기 시작합니다.
무대 주변의 스태프들에게 물어봐도 고개를 저을 뿐입니다.
분장실이나, 도구실 같은. 오페라 하우스의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즈음. 다른 배우들도 흩어져서 그를 찾아보기로 합니다.
차해수:괴담의 내용을 떠올립니다. 우선은 객석 2층으로 가봅니다.
객석 2층으로 올라갑니다. 접근 금지 줄이 쳐져있고, 추가 조사를 위한 경찰은 아직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각자 한 명은 분장실, 한 명은 대기실. 한 명은 도구실... 각각 그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 헤맵니다.
어쩌면 정말로 단순히 감기인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에.
이다홍의 목소리가 들렸던 곳을 향해. 계단을 타고 내려갑니다.
그 소리를 듣고, 다른 관계자들도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영문을 모르는 채로 밑으로 뛰어내려갑니다.
텅 비어있는 지하 1층의 복도를 지나 지하 2층으로 향하면, 사색이 된 스칼렛이 있습니다.
다홍이 떨리는 손으로 복도의 한쪽을 가리키면,
그곳에는 목을 매단 도민수의 시체가 있습니다.
무짝 (GM):
현장, 공개합니다.
강노아:"어... 어... 어떻게 이런... 미, 민수씨!"
끔찍한 시체의 모습에, 주위는 아수라장이 됩니다.
차해수:자신 역시 한동안 할 말을 잃은 채 굳어있다가, 다홍과 재호를 함께 밀어 몰아냅니다.
"경찰에 신고부터 하세요, 얼른."
다홍은 사색이 되었다가, 일단 재호를 안아들어 진정시킵니다.
이다홍:"겨, 경찰... 부르고 올게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곳으로 오도록..."
"가, 감독님. 일단 이 곳은 부탁드려요." 재호를 안고 계단 위로 올라갑니다.
미동도 하지 않는 그의 몸에 걸쳐진 겉옷에는, 기자와 마찬가지로 카드가 꽂혀있습니다.
차해수:일단 시신을 내려야 하나 고민하다가, 현장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 싶어 카드만 뽑아 읽어봅니다.
어제와 같이. 빳빳한 흰 카드에. 정갈한 글자가 쓰여 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오페라 하우스의 유령을 자칭하는 범인의 살인은 이어졌습니다.
그가 다음으로 요구하는 것은 당신도 잘 알고 있는 한 사람.
아니, 지배인을 제외하고는 당신만이 정체를 알고 있는 한 사람. 서주원입니다.
저녁 7시까지 남은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습니다. ...그 안에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지하 2층. 도민수의 시신은 천장에 걸려있습니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
시신
,
천장
,
바닥
을 조사할 수 있겠습니다.
차해수:이건 그야말로 사건이로군... 시신을 가장 먼저 봅니다.
시신의 목에는 밧줄이 감긴 채 축 늘어져 있습니다. 전날 죽었던 기자에 비해서 시신은 깔끔합니다.
차해수:자연히 밧줄이 감긴 목 부터 봅니다...
목에는 멍 자국이 남아있습니다. 올가미의 흔적과 일치한 것으로 보아, 이 올가미에 목을 매어 죽었다는 사실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차해수: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침착하게 목에 남은 흔적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자잘한 상처가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목을 감은 밧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 친 흔적처럼 보입니다...
손의 손톱은 일부가 부러져 있습니다. 밧줄을 긁으며 생긴 상처인가?
차해수: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문득 손을 살피다보면, 손톱이 부러진 것 외에도 손을 깨물어서 피가 흐른 자국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천장을 바라보면, 천장에 달린 고리에 줄이 걸린 것이 보입니다. 또한 천장에 네모난 모양으로 꽤 크게 홈이 나 있습니다.
차해수:
지능
기준치: |
65/32/13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천장의 형태와 이 사건이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고 느끼지만, 마땅한 연결고리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이 곳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이라면 존재에 대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차해수:"...뭔가 떠오르는 것 없습니까들?" 그렇게 말하며 류지애를 봅니다.
류지애:"네... 네...?" 벌벌 떨며 시신에서 눈을 돌리고 있다가 묻는 말에 돌아보았다.
차해수:말없이 검지손가락을 세워 천장을 가리킵니다.
류지애:"저... 저 거요? 글... 글쎄요. 예전부터 있었지만 그러려니 했던 거긴 한데..."
"십 몇년 전에 듣기로는, 윗층과 아래층을 연결하며 짐을 옮기는 장치라고 하셨는데 그나마도 이용하시던 분들도 그만두고... 거의 사용하는 걸 못 봤어요."
"이어져 있다면 바로 위층이 아닐까요...?"
류지애:"소품실이나... 서재... 그런 잡다한 것들을 보관하는 곳이에요..."
차해수:"창고같은 곳이군요... 그 장치는 기능을 멈춘겁니까? 아니면 단순히 사용하지 않게 된 겁니까?"
류지애:"글... 쎄요...? 일단 저는 써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요..."
차해수:시신이 위층에서 내려온 건 아니겠지... 목매단 시체 엘리베이터 같은 끔찍한 모양새를 상상하고는 눈을 질끈 감습니다.
고개를 숙인 김에 바닥이 눈에 들어옵니다.
시신의 손가락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핏방울 빼고는 깔끔합니다.
자살을 한 거라면 발받침이 될 만한 물건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런 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바닥에 무언가 끌린 듯한 흔적도 없습니다.
차해수:그런데 이렇게 허공에 떠있다라. 팜플렛을 주워 봅니다.
오페라 하우스의 공연 일정이 적혀 있는 팜플렛입니다. 오늘인 9월 19일 오후 7시에 오페라 <파우스트>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마치 범인이 남긴 것처럼 해당 극에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 있고, 찢겨진 종이 한 장이 끼워져 있습니다.
예고장에 적힌 장면이 이 장면이라고 친히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중략) 마르그리트를 향한 파우스트의 구애. 그러나 문이 열리고 나오는 것은 마르그리트가 아닌 그녀의 오빠,발렌틴이다. 발렌틴과 파우스트, 두 사람의 첫만남.
동생인 마르그리트에게 구애하는 것이 파우스트라는 것을 알아차린 발렌틴은 분노한다.
발렌틴 : 자넨 나를 충분히 모욕했어! 너희 중 누가 나의 불운과 수치를 해명할 것이냐? 둘중에 누가 나의 칼에 송장이 될 것이냐?
파우스트 : 준비 됐나?
메피스토펠레스 : 자, 박사님, 시작해보십시오!
발렌틴 : 오 전능하신 하나님, 저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소서! 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저 자의 피로 씻을 수 있도록 허락해주소서!
이후, 발렌틴은 마르그리트에게 받은 메달을 던져버린 뒤, 검을 들어 파우스트와 결투를 벌인다. (중략)
- 샤를 구노, 오페라 <파우스트> 中 일부 |
주변을 어느정도 둘러보자, 이다홍과 함께 현장에 경찰들이 들어옵니다.
차해수:수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몇 발자국 물러납니다.
그들은 우선 천장에 걸려있는 도민수의 시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바닥으로 내립니다.
현장에 있는 여러분을 현장에서 몇 발자국 물리고 면밀히 살피기 시작합니다.
현재 현장에 있는 사람은
강노아
,
이다홍
,
류지애
세 사람입니다. 대화가 가능합니다.
차해수:"...다들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여러 작품을 함께 했던 동료 배우 아닙니까."
강노아: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당신의 말에 고개를 들고는 무거운 입을 뗍니다.
"... 솔직히 말하자면, 두 눈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설마 정말로... 유령의 요구를 반대한 것 때문에 민수씨가..."
"그런 거라고 하면, 이번 요구는 어떻게 하죠..."
"<푸른 장미의 노래>의 작곡가는, 올리고 싶어도 누군지 알 수가 없지 않습니까..."
차해수:"애초에 왜 하필 그 작곡가를 세우라는 건지, 그 의중도 알 길이..." 사실 자신은 짐작가는 바가 있지만. 사실대로 말 할 수는 없으니 말꼬리를 흐립니다.
"...모든 가정에 대해 언급하기 이전에 말입니다. 아직도 일련의 사건을 유령의 소행으로 보는 분이 있습니까?"
강노아:"아직도... 라니, 무슨 의도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차해수:"첫 번째에는 이것이 유령의 저주라는 것이 지속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습니까? 범인이 보내는 메시지에서 자신을 유령으로 표현하기도 했었고. 누군가는 정말로 그에 대해 믿는 사람도 있는 듯하니."
"다만 저는 사람을 해칠 수 있는 건 사람 뿐이라고 생각하는 주의라서 말입니다..."
이다홍:"도민수씨는 살해당했다... 그렇게 말씀하시고 싶은 건가요?"
차해수:"그런 겁니다. 목과 손톱 등의 흔적... 그리고 밟고 올라갈 물건이 없다는 것은 최소한 밟고있던 것을 치워줄 다른 사람이 현장에 있었거나, 누군가가 매달았다는 뜻입니다."
류지애:"유, 유령이라면... 받침대가 없어도 사람을 매달 수 있지 않나요...?"
"저, 저는 어제 일 때문에, 청소를 하면서도 무대 쪽을 유심히 봤어요. 관객석에서 사람이 나오는지도요... 그렇지만 수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걸요!"
차해수:"그야 수상한 사람은 없었겠지요." 팔짱을 끼고 날카롭게 바라봅니다.
"범인은 내부인이니까. 수상하게 여겼을 리가 없습니다."
"차 감독님. 염려하시는 바는 알겠습니다만. ... 이 곳의 사람들은 몇 달에서 몇 년씩 함께 일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내부인이 동료를 살해했다... 라는 말씀은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Miro:(아직 논리력 스탯이 부족한 듯하다...)
이다홍:"... 냉정한 말이지만, 어제 언제까지 민수씨가 살아있었는지... 도 무시할 수는 없겠네요."
차해수:과연. 나보다야 다른 이들끼리의 신뢰가 두터울테니... 말은 아껴두기로 합니다. "그러고보니 어제는 연습이 흐지부지 되었지요.""
"다들 마지막으로 도민수씨를 본 시각이 언제입니까?"
이다홍:"연습이라도 분장은 한 상태이니... 저희들끼리는 분장실에서 헤어졌네요."
강노아:"네, 분장실에서는 제가 마지막으로 나왔고요... 모두 돌아갔다고 생각해서 문을 닫고 나왔습니다."
류지애:"저...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 때 헤어지고 나서는... 죄송합니다..."
차해수:"저도 간단한 수사 후 헤어진 이후로는 그를 다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분장실에서 분장을 풀고 흩어진거로군요."
여러분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에, 현장을 파악한 경찰이 다가옵니다.
경찰:"현장의 상태를 보존해야 하니, 여러분들은 잠시 이 곳에서 나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오페라 하우스의 출입구는 통제했으니, 각자 머무시는 곳에서 최대한 대기해 주십시오."
차해수:그 말에 모두를 보고는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사무실로 향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각기 휴게실이나 개인실로 자리를 옮깁니다.
저녁 7시가 되기 전까지, 어제의 관객석을 포함해 자유로운 탐사가 가능합니다.
차해수:"...네."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문 쪽을 봅니다.
차해수:"아, 들어와요." 그러고보니 보호자가 없었군..
신재호:상당히 의기소침해진 상태로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민수 형... 민수 형도 정말... 저, 저주 받은 건가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들어와 묻습니다.
차해수:"글쎄... 확실한 건, 유령이든 범인이든 우리가 꼭 잡아낼 거라는 사실이지." 재호를 옆에 앉힙니다.
신재호:훌쩍 훌쩍하며 자리에 앉습니다. 조연배우로서 함께 다닐 일이 많아 정이 많이 붙었던 모양입니다.
"민수 형은 항상 난 조연이지만... 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민수 형을 좋아하는 팬들도 정말 많았어요."
"엊그제도 팬레터를 전해주려 한 누나들이 있었는데..."
"감독님... 혹시 괜찮으면... 분장실에 민수 형의 자리에서 편지들을 가져와 줄 수 있을까요?"
"민수 형을 떠나 보낼 때에... 전해줘야만 할 것 같아요." 자신은 무서워서 가지 못하겠다는 듯. 당신에게 간곡히 부탁합니다.
차해수:감초같은 역할이 오히려 인기가 많은 법이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문을 잠그고 기다리렴."
재호는 고개를 연신 끄덕입니다. 당신이 오면 나올 것을 약속하고 문을 닫아요.
차해수:분장실이라... 어차피 그쪽 비밀공간에도 들러볼까 싶었으니까. 겸사겸사 분장실로 향합니다.
다른 배우들이 혹시 쉬고있을까? 문을 엽니다.
분장실은 현재 비어있습니다. 강노아와 이다홍 같은 주연 배우는 집중할 때를 대비해 개인실이 마련되어 있어, 그들이 대기하고 있다면 그 곳일 것 같습니다.
도민수의 자리는 걸려있는 의상 따위로 짐작이 됩니다.
차해수:도민수의 자리로 가 가볍게 훑어봅니다.
그가 쓰던 물건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받은 팬레터, 연습을 하기 위해 쓰던 악보, 의상, 개인 용품…. 어제부터 계속 여기 있었던 것처럼 겉옷이나 다른 물건의 위치도 그대로입니다.
눈에 띄는 건
화장대의 서랍
과
쓰레기통
정도네요.
차해수:편지는 서랍에 있다고 했던가. 서랍을 열어봅니다.
서랍을 열면, 재호가 부탁한 것과 같은 편지들과 잡동사니가 여럿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묘한 것이 보입니다. 관찰 판정.
차해수: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Miro:80 이상의 기능치가 아니면 실패하는 세계관
다른 곳을 보고 시도하셔도 됩니다.
그를 향했던 따스한 마음들이 빼곡히 적힌 편지입니다. ... 그가 더 일찍 소중함을 알았더라면 좋았을...
차해수:그런데 도민수씨는 왜 지하2층까지 내려간걸까. 협박장이라도 받았나 싶어 쓰레기통 안을 봅니다.
차해수:도민수씨는 이런 것을 알아버려서 살해당한 걸지도...
"그나저나 둘이 관계가 있었다니 놀랐군. 첫 번째 사건에서 용케 아는 체를 하지 않았어."
그럼 혹시 뱃지가 여기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서랍을 다시 뒤져봅니다.
좋습니다. 뱃지를 의식하고 서랍을 찾기 시작합니다.
곧 손에, 툭 하고 금속이 부딪히는 느낌이 듭니다.
차해수:유심히 들여다보다가 제 손수건에 감싸 챙겨둡니다. 대충 갖고있거나 달고있다가 의심받을새라...
"정말로 그런 것과 관계가 있는거라면... 도민수씨의 손가락을 이용해 피로 그린 마법진이라도 그리려 했던건가."
분장실 전체적으로 더 이상한 점이 없는지 둘러봅니다.
벌써 시간은 오후입니다. 유령을 무대에 올려야 할 7시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당사자와 이야기를 해야지. 그렇지 않아도 전달은 해야하니. 분장실 끝 복도로 가 액자를 두 번 두드립니다.
어제처럼 비밀 통로에 들어가기 위해 분장실 벽 그림의 액자를 두 번.
문 너머에 톱니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오영길씨도 못 본지 꽤 되었는데. 관계자들은 모두 어디로..?
"주원씨." 어딘가에 들릴새라 작게 불러봅니다.
당신만이 알고 있는 이름을 불러봅니다. 하지만 응답하는 목소리는 없습니다.
차해수:어쩔 수 없이 다른 곳을 가보기로 합니다.
지하 1층... 사건장소의 바로 위층으로 가봅니다.
사건 장소의 위층. 복도에서 벗어나 계단을 타고 지하 1층으로 향합니다.
지하 1층의 어두운 복도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 곳에는 소품실과 서재, 의상실 등이 위치해 있습니다.
위치를 가늠해 보면, 시체가 있는 곳에 가장 가까운 장소는 서재입니다.
차해수:"서재라니, 사건이 일어나기에 딱 좋은 곳이군..." 서재로 들어갑니다.
서재는 안락한 소파와 책장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지만, 현재 쓰는 사람이 많지 않은지 탁자 위에는 먼지가 쌓여 있습니다.
도민수가 걸려 있을 위치의 천장을 바닥으로 하고 있을 만한 곳을 짐작하여 다가가면...
지하 2층에서 시신이 발견된 위치는, 지하 1층에서 벽으로 막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막혀있는 벽을 살펴보면 평범한 예술가가 그린 듯한
그림
이 액자에 걸려있고, 구석에
책장
이 하나 놓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차해수:"수상하군..." 그림을 찬찬히 뜯어봅니다.
그림 속의 예술가는 악보를 손에 들고 있는데, 정작 그 악보에 적힌 것은 악보가 아닌 다른 글자입니다.
차해수: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크기가 다른 책이 가지런히 꽂혀 있는 것 같지만, 일부 책이 안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차해수:첫번째 책장의 Y, 두번째 책장의 L, O, 세번쨰 책장의 L을 밀어넣습니다.
달각, 달각... 책이 밀려 들어감과 동시에 묘한 소리가 납니다.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벽이 옆으로 조금 밀립니다...
내부에 방이 보입니다. ... 이 틈으로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힘을 주어 밀면 방 문은 열릴 것 같아 보입니다.
차해수:용기내어 벽을 밀고 안으로 들어섭니다.
환기가 되지 않은 방의 매캐한 냄새가 훅 끼칩니다.
내부의 방은 예전에 소품실로 사용되었던 것인지 군데군데 박스가 쌓여 있습니다.
책장
이 벽면에 맞닿도록 놓여있고, 방 한가운데에는
책상
이, 그리고 방의 한쪽에는 네모난
구멍이 뚫린 바닥
이 있습니다.
차해수:"여길 알 만한 사람이... 많지는 않겠는걸." 책장부터 봅니다.
책장의 책을 뽑아 하나 읽어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 이어집니다. 확실한 것은 대단히 불쾌하다는 느낌 뿐입니다.
군데군데 자신들의 형용할 수 없는 그분을 칭송하는 내용이 적혀있는 것만을 겨우 읽어냅니다.
또한 '선생님'이 자신들의 활동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니 선생님의 심기를 거슬러선 안 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오, 전능하신 우리의 왕이시여, 저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소서!"
"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저 자의 피로 씻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소서!"
비용 : 라운드당 마력 1D4, 라운드당 이성 1D4
시전 시간 : 효과가 시작되기 전 3라운드
술자가 주문에 해당하는 노래를 부르면 대상의 몸에 울퉁불퉁한 물집이 잔뜩 생깁니다. 술자는 대상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노래는 누구나 들을 수 있지만, 영향을 받는 것은 선택한 대상뿐입니다. 이 주문은 알데바란 (황소자리에 있는 별)이 보이는 밤중에만 작동합니다. 주사위를 굴려 술자의 정신력 이하로 나오면 외계의 멜로디를 정확하게 부를 수 있습니다. 시전에 성공하면, 대상은 주문이 작동하는 동안 체력에 라운드당 1D6의 피해를 입습니다. 2라운드가 지날 때마다 대상은 흉터 때문에 외모가 3D10씩 낮아집니다. 그리고 4라운드마다 내부에서의 파열로 인해 건강이 3D10씩 낮아집니다. 대상의 건강이 0이 되거나 피해로 인해 사망하면 몸이 부풀었다가 역겹게 터지며 김이 오르는 내장과 체액이 바닥으로 흘러나옵니다. 이 노래로는 다른 술자가 거는 하스투르의 노래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방어로 거는 데 성공하면 두 주문이 상쇄됩니다. |
차해수:"......음." 마지막 페이지를 봅니다.
"끔찍하지만 방어용으로도 쓰인다는 거로군."
책상도 한번 봅니다.
책상 위에는 오페라 하우스의
단면도
와
수첩
이 놓여 있습니다.
얼핏 보면 비상용 지도같지만, 막다른 골목이나 막힌 벽 같은 곳에 붉은 색으로 표시가 되어있습니다.
지하 1층의 단면도에도 서재에 방금 당신이 들어온 통로가 표시 되어있네요.
단면도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무대가 있는 단면도입니다.
3층 박스석에서 샹들리에를 향한 붉은 화살표 하나, 샹들리에에 그려진 붉은 X자 표시가 하나, 그리고 샹들리에에서 무대로 향하는 붉은 화살표가 하나.
마지막 화살표가 향하는 곳에는 ‘유령’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차해수:"수작을 부리는군..." 기억해둡니다. 혹시 분장실 통로도 표시되어 있을까?
일기처럼 날짜가 적혀있는데, 그 아래로는 누군가 주고받은 내용이 각기 다른 필체로 수첩의 페이지마다 적혀 있습니다.
09.16.
계획은 순조로워. 곧 이 극장도 황색의 관의 신도들이 늘어날 거다. 우리의 왕도 분명 기뻐하시겠지.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어요. 가장 걸리적거리는 건 역시 어떤 기자가 뒤를 캐고 다니는 거지만.
방법이 있나?
맡겨주세요. 그 자리를 쓰면 간단한걸요. |
09.17.
기자의 뒤에 있는 게 토미였어요. 어떡할까요?
내가 처리하지. 기자의 죽음에 알리바이가 있으니 불러내도 의심하지 않을 거야. |
09.18.
이쯤되면 그 유령도 모습을 드러낼 거다. 내일, 내가 무대에서 주문을 쓰고 그를 쓰러뜨리면 된다. 이 모든 일을 그가 벌인 일로 만들고, 우리의 신을 찬송하면 돼.
만약 오지 않으면요? 그리고, 극이 열린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극은 반드시 공연된다. ‘선생님’이 그렇게 말했어. 오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지. 관객 중 일부를 희생시키는 수밖에. 살아남은 이들에게 당신은 신에게 선택받은 자라고 하면 먹힐 테니까. 그나저나, 준비는 끝났나?
샹들리에 말이죠? 물론. 주문이 안 먹힐 경우에 준비한 거니까. 3층 박스석에서 대기하고 있을 게요. 신호 줘요. |
차해수:자금줄이라는 선생님과 왼쪽 인물, 오른쪽 인물이 모두 다른 사람이었군...
몇 주, 몇 달간 같이 일했다고? 작당을 꾸민 건 아니고? 한숨을 내쉬고 바닥을 봅니다.
네모 모양으로 뚫린 바닥입니다. 천장에 쇠사슬이 달려있으며, 구멍 안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근처 벽면에는
레버
가 달려 있고, 그 곁에
검붉은 글씨
가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레버는 위 아래로 내릴 수 있는 형식으로, 현재는 아래로 내려가 있는 상태입니다.
차해수:"...엘리베이터 기능이라도 하나?" 살짝 올려봅니다.
레버를 위로 올리면...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동시에 네모난 구멍 안에 있던 쇠사슬이 서서히 위로 올라가며, 아래층에서부터 무언가 올라옵니다.
소리가 멎으면, 아까 지하 2층에서 보았던 천장이, 지금은 머리 위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차해수:"지독하군..." 다시 원래대로 내려두고 검붉은 글씨를 유심히 봅니다.
철커덕... 묵직한 소리를 내며 천장은 아래로 내려갑니다.
무대 시작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손목시계를 확인합니다.
어두워서 시계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빛에 의지해 보면...
차해수:
회피
기준치: |
40/20/8 |
굴림: |
50 |
판정결과: |
실패 |
눈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뒤통수에 타격감이 느껴집니다.
몸이 비틀거리는 사이, 목에 올가미가 걸립니다.
곧이어 다리가 땅에서부터 멀어지고, 몸이 허공으로 들리며 숨이 죄여옵니다.
“…하여튼, 도민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다들 궁금증이 너무 많다니까.”
마혜주:“아무 것도 몰랐으면~ 이런 일은 안 당했을 텐데. 그쵸? 아쉽게 됐어요.”
"미안해요. 당신이 범인은 내부에 있다느니, 어쩌느니 말하고 다닌다기에... 이쪽도 확실한 편이 좋거든요?"
"너무 걱정은 하지 마세요. 도민수씨도 고통은 길지 않게 갔다고 하니까..."
"극이 끝나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건 유감이네요. 천국에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그렇게 말하고는 당신을 묶어둔 채로, 마혜주는 당신의 소지품을 확인합니다.
금색의 배지와 챙겨둔 도민수의 편지 따위... 그것을 챙기고는 쯧 하는 소리를 내며 혀를 찹니다.
당신이 모은 증거를 제 옷 주머니에 넣고는 자리를 떠납니다.
그리고는 미련없이 뒤를 돌아섭니다. 마혜주의 또각거리는 구둣발 소리만 공간을 메웁니다.
비밀 통로의 문이 닫히고, 방이 어둠에 휩싸입니다.
아직 힘으로 밧줄을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발버둥친다 하더라도 밧줄은 전혀 풀리지 않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저항하던 손에 점점 힘이 풀리고, 의식이 서서히 희미해지기 시작합니다.
의식이 점멸하며, 숨이 아슬아슬하게 끊어질 것 같다고 느끼던 그때.
마지막으로 보았던 건, 다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누군가의 모습.
눈꺼풀이 무겁고, 목이 얼얼합니다. 의식은 허공을 부유해, 마치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은 감각이 듭니다.
꿈을 꾸는 것 같고, 지금 이곳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되지 않습니다.
자신은 죽은 걸까요, 아니면 살아있는 걸까요? 몸을 일으켜 세워보려고 해도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말 무대에 오를 생각입니까..."
무슨 대화를 하는 것인지... 그것을 확인하려 희미하게 눈을 뜨면 곧 뒤를 돌아보는 그와 눈이 마주칩니다.
곧 그가 다가와 뜬 눈을 손으로 감겨주는 촉감이 느껴집니다.
서주원:"말려들게 해버렸네... 이젠 괜찮으니까 자고 있어."
"... 옥상에서 약속, 아무래도 못 지킬 것 같네. 미안."
손을 떼고는 무어라 말을 고르다가 결국에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이내 그의 것 같은 발소리가 걸어나갑니다. 곧 방문이 열리고... 다시 닫힙니다.
발소리는 복도를 타고 멀어집니다. 더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에, 당신의 의식은 다시 가라앉습니다.
온몸에 근육통이 작렬하고, 목에는 멍이 남아 건드리면 통증이 남습니다.
눈을 뜨면, 신문과 오선지 등이 널려있는 방.
이미 극이 시작하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입니다.
차해수:헉 하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가 도로 반쯤 쓰러집니다.
"이게..." 머릿속에 어지럽게 흩어져있는 정보를 취합해봅니다. 죽을 뻔한 일, 조사한 물품을 빼앗긴 것, 두고 온 재호, 그리고 무대에 오를 것이라던 주원까지...
파우스트의 시작은 7시였으니 더 망설일 시간이 없습니다. 일단 박스석 3층으로 뛰어갑니다.
2층의 박스석 공간은, 어제의 사건으로 통제되어 있습니다.
3층의 관객석 문을 열어젖힙니다. 집중을 방해받은 몇 손님이 뒤를 돌아봅니다.
무대를 바라보면 공연되고 있는 것은 <파우스트>
차해수: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관객석은 무대의 음악소리에 압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서, 무대가 아닌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이 보입니다.
마혜주입니다. 그가 이곳을 눈치채기 전에, 먼저 그의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마혜주는 한 손에 총을 들고 샹들리에와 무대를 번갈아 보고 있습니다.
차해수:코트를 벗어들고 조용히 다가가 코트로 시야를 가리고 총을 뺏을 수 있을까...
좋습니다. 마혜주가 상황을 파악하고 뒤를 돌아보는 것 보다 빠르게 시야를 차단할 수 있다면 성공입니다.
차해수: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마혜주:
민첩
기준치: |
70/35/14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Miro:킹받네.................
사업가가 제압하기엔 마혜주는 프로였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그런 긴장이 당신에게 순간적인 망설임을 줍니다.
코트를 벗어 시야를 가리기 전, 단추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를 냅니다.
마혜주는 그것에 반응해 순식간에 뒤를 돌아봅니다.
그것에 뒷걸음질 친 당신. 난간에 부딪힙니다. 체력 -1
"어~머나. 명줄도 질기시네. 어떻게 빠져나온 거람?"
"이쪽도 사정을 알아보기엔 시간이 없으니... 예정대로 죽어주시면 되겠네요."
마혜주는 시선을 이쪽으로 쏠리게 하지 않으려는 듯, 총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리에 서서,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합니다.
마혜주:"...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
당신의 다리부터 굳어가기 시작합니다.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신력 판정합니다.
차해수:
정신
기준치: |
70/35/14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가 꽉 물어집니다. 두 번은 당할 수 없습니다.
차해수:"그간 별 기이한 술수를 연구해 온 모양인데... 그쪽이 믿는 신이 사람 죽이고 물건이나 뺏으라고 시키던가?" 시야를 가리는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정신을 다잡습니다.
주문을 뿌리칩니다. 당신에게 기회가 넘어옵니다.
차해수:가진 무기는 없지만 튼튼한 두 손과 발로 주문을 외우지 못하도록 입을 막고 엎드리게 해 제압할 생각입니다.
차해수:
근접전(격투)
기준치: |
65/32/13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주문에서 겨우 벗어난 몸은 아직 무겁습니다. 마혜주를 잡아채려는 것을,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피합니다.
당신에게서 거리를 벌린 마혜주는 그대로 쏘아봅니다. 극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에게도 남은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마혜주:"부잣집 도련님은, 도련님답게 책상물림이나 하시지?!"
당신의 발 밑을 노리고 공격. 넘어트릴 작정입니다.
마혜주:
비무장
기준치: |
35/17/7 |
굴림: |
96 |
판정결과: |
대실패 |
피해: |
1 |
너무 흥분한 탓인지, 마혜주는 바닥을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발을 헛디딘 채로 미끄러져 난간에 머리를 박습니다. 체력 -1
깡! 경쾌하다면 경쾌한 소리가 3층을 울립니다.
차해수:"조용히 좀 하라고. 다들 감상 중이잖아." 비웃듯이 한마디 얹습니다.
마혜주는 분이 가득한 눈으로 당신을 노려봅니다. 아직 몸을 추스르지 못했습니다. 지금이라면 공격할 수 있습니다.
차해수:이때다! 팔을 잡아채고 당겨 뒷목을 노립니다.
차해수:
근접전(격투)
기준치: |
65/32/13 |
굴림: |
3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목이 잡힌 마혜주는 괴로워합니다. 뿌리치기 위해 저항합니다.
마혜주:
근력
기준치: |
50/25/10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그는 힘으로 뿌리치려 하지만, 자세가 무너진 상태에서 쉽지 않았습니다.
곧 숨이 부족한지 힘이 풀립니다. 마혜주, 기절합니다.
차해수:똑같이 갚아주었다. 길게 숨을 내쉽니다.
그 정적만큼, 아래의 무대 소리가 공간을 메웁니다.
차해수:제 코트를 다시 가져와 입과 손을 묶은 채 구석에 둡니다.
차해수:주변의 동요에 덩달아 아래쪽, 무대를 봅니다.
문이 열리고, 그 자리에서는 '발렌틴'이 등장합니다.
무대에 선 '발렌틴'은 기묘하게도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화려한 의상과 올곧은 자세로... 무대 위에 당당히 서 있습니다.
그리고 발렌틴이 선 자리의 반대편에서, 너무도 초라한 메피스토펠레스가 서 있습니다.
검은 케이프 망토를 두르고 모자를 푹 눌러 쓴 메피스토펠레스... 그 흔한 뿔도 달리지 않은 악마의 모습에 객석은 술렁입니다.
이대로라면, 무대 위에서 '주문'은 시작됩니다.
차해수:어쩐다? 서주원씨는 그 주문을 모를텐데. 전달하거나, 자신이 부르거나. 둘 뿐이다.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도록 가면을 쓴 발렌틴은 칼을 꺼내며 관객을 향해 외칩니다.
“이 신성한 극장에서 살인을 벌인 자, 바로 너로구나! 사람을 꾀는 악마!”
"그 추악한 얼굴을 가린 모자를 벗고, 정체를 드러내라!"
그 말에, 메피스토펠레스가 쥔 주먹이 가늘게 떨립니다. 그리고... 그는 발렌틴을 응시하고는 모자를 벗습니다.
툭, 모자가 무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조명 아래의 메피스토펠레스... 그가 객석을 매운 관객 앞에 섰습니다.
객석은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흔히 본 악마의 얼굴과 같은 분장이 아닌 탓도 있지만...
2층 박스석이 막힌 탓에 오늘은 1열에 앉은 단골 손님에 입에서, 한마디가 툭 튀어나옵니다.
"무슨 소리야? 최수련은... 20년 전에 죽었어."
객석의 술렁거림을 무시한 채, 발렌틴이 한 걸음 앞서 다가옵니다.
기존의 극과는 전혀 다른 대사. 그가 입을 열어 노래합니다.
“오, 전능하신 우리의 왕이시여,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이여, 저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소서!”
“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저 자의 피로 씻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소서!”
동시에 허공으로 던지는 것은 소품의 메달이 아닌, 황색의 관의 징표입니다.
그것은, 발렌틴의 곡이 아닙니다.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음색...
차해수:본격적인 결투가 시작되면 불리해질 것이다... 사람들을 헤치고 1층으로 뛰어갑니다.
발렌틴이 부르는 노랫소리에 순간 귀를 빼앗겼다가, 곧 무릎채로 쓰러졌다. 괴로운 듯 입안을 깨물어 소리를 참지만 몸이 비틀린다.
발렌틴의 노래가 시작됨과 동시에, 당신은 3층에서 1층으로 뛰어내려갑니다.
그 또한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에서... 방해해야만 합니다.
차해수:헐떡이며 서 있다가 이마를 짚습니다. 더 지체하다간 늦는다!
"당신한테 부르게 시키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무대 위로 뛰어올라갑니다.
갑작스러운 미남자의 난입! 객석이 달아오릅니다!
차해수:"배우가 작품을 망치면 쓰나. 그것도 유~명하신 몸이 말입니다?" 그동안 성격을 어떻게 참았는지 슬쩍 비꼽니다.
그러고는 며칠간 연습하고 맞췄던 수신호로 음향팀에게 발렌틴쪽 음향을 낮추도록 손짓합니다.
대본과 다른 진행에 어찌할 바 몰라하던 스탭은, 감독인 당신이 사인을 보내자 눈에띄게 안심하는 표정을 합니다.
서서히 발렌틴을 보조하는 반주의 소리가 줄어듭니다.
차해수:"수많은 배우들과 합을 맞춰봤겠지만 신입 음향감독은 처음이겠지?"
노래를 특기로 하지는 않지만, 음악에 있어서 분석적인 만큼 평균 이상은 표현해낼 수 있습니다. 주문에 대항하여 같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당신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오케스트라는 눈짓을 교환하더니 발렌틴에게 향했던 연주를 당신에게 맞춰줍니다.
차해수:
정신
기준치: |
70/35/14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고작 적힌 것을 읽어 보았을 뿐인데, 당신의 입으로부터 분명 익숙하면서도 낯선 멜로디가 흘러 나오기 시작합니다.
선율은 특별한 힘을 갖게 되고, 예정되지 않았던 두 개의 멜로디는 맞부딪힙니다.
하지만 반주가 힘을 받쳐 주는 것은 당신의 쪽.
서주원:무대 바닥 위에 거의 쓰러지듯 하였다가 숨이 쉬어지는 것을 깨닫고 곧 고개를 들어 당신을 봅니다. 굉장히 당황한 얼굴입니다.
그는 그렇게 당신에게 삿대질 하며 외치더니, 그 손을 허공에 들어
그와 동시에 허공을 울리는 커다란 총성. 정확히 그 아래에 쓰러져 있는 유령.
그 아래로 샹들리에가 떨어질 거라고... 그는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발렌틴은 천장을 올려보더니, 이를 꽉 깨뭅니다.
차해수:어딜..! 빠르게 달려가 뒷덜미를 낚아챕니다!
화려한 오페라의 의상을 한 발렌틴은 무대 바닥에 쓰러집니다.
발렌틴은 무대의 내려가는 길을 노려보지만 그 앞에는 누군가 서 있습니다.
이다홍:"막아! 저 녀석... 못 내려오게 해! 그대로 두면 도망갈 거야!"
마르그리트의 의상을 입은 이다홍입니다. 결연한 얼굴을 하고는 발렌틴의 도주로를 막습니다.
발렌틴:“이…이게 무슨 짓입니까! 아무런 증거도 없이, 이런 짓을!”
그는 타고난 연기력으로, 이 상황을 무마해 벗어나려고 합니다.
그가 무대를 내려가 가면을 벗고 군중 속으로 도망친다면... 영영 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 곳에서 밝혀내야 합니다. 오페라 하우스를 공포에 몰아넣고, 눈 앞에서 메피스토펠레스를 죽이려고 한 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유령의 소행으로 돌리려고 한 두 살인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무대 위의 장르는 바뀌었다! 주인공은... 지금부터 당신입니다!
차해수:"증거가 없어? 당신이 방금 던진 황색 뱃지가 완벽한 증거인데, 무슨 소립니까?" 핫, 하고 기가 찬다는 투로 말하고는 근처에 떨어진 뱃지를 주워 높이 치켜듭니다.
"악마의 추종자는 과연 어느 쪽이겠습니까? 이걸 보십시오! 서울에 유행하는 신흥 종교, '황색의 관'의 표식입니다!"
발렌틴:"그것과 지금 네놈이 여기서 날 때려눕히는 게 무슨 상관이 있지?!"
차해수:"때려눕혀 마땅하지요. 당신은 사람을 둘이나 죽인 살인범이니까!" 극적으로 말합니다!
"무슨... 그러고 보니, 2층... 통제 중이지 않았어?"
"말 잘했다!! 잘 한다! 악마의 추종자!"
"2층에서 일어났던 일, 지금 다 밝혀버려!"
차해수:"그러니까 악마의 추종자는 내가 아니... ...아무튼, 그러니까."
"이 자는 자신이 믿는 신을 위한 모략을 꾸미며, 그에 관여하려는 이를 두 명이나 살해했습니다. 2층의 한 박스석에 앉았던 관객! 그리고... 무려, 유명 배우 도민수씨를!"
"그럼... 오늘 캐스트가 갑자기 바뀐 이유가...?"
발렌틴:"2층의 박스석?! 웃기지 마! 거기서 사람을 내가 죽였다고? 그럼 흉기가 있었어야지!"
차해수:"흉기는 좌석 그 자체입니다. 장치가 되어있었으니까. 당신은 공범과 공모했고, 공범이 그 옆좌석에 앉아 장치를 작동시킨겁니다! 그 결과, 피해자는 자상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했죠."
김요한:"공범까지 있었다고?! 세상 아주 미쳐 돌아가는구만!"
이다홍:"공범...? 왜 공범이 필요했던 거죠?"
차해수:"그야 이 사람은 공연 중이었기에,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가면을 벗겨드려? 말아? 약 오르라는듯 발렌틴을 보며 손짓합니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발렌틴은,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연기로 누르고 있습니다.
차해수:"여전히 3층에서 잘 자고있는지 모르겠는데..."
"무려 여러분들께 표를 산 그 사람입니다."
이다홍:"그, 그래. 혜주씨라면... 핑계를 대서든 어떻게든 10번 좌석으로 유인할 수 있었을 거야."
"우리한테는 그 손님이 10번 좌석을 원했다고 주장하기만 하면 그만이니까..."
"마르그리트의 말 대로라면 일리가 있어..."
모든 관객이 열광합니다. 이목이 온전히 무대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차해수:"도민수씨가 피해자가 된 사건입니다. 목을 매단 채로 발견되었지만 반항의 흔적이 확실하게 남아있었고..."
차해수:"그가 첫 번째 피해자와 연관되어 있었고, 마찬가지로 종교에 대해 알고있었기 때문이죠."
"타살이 유력한 이유는, 명백한 동기도 동기였지만... 바로 다잉메시지가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객석이 술렁거립니다. 도민수의 죽음에 모두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발렌틴:"다잉 메시지?! 그딴 게 어디 있었냐!"
발렌틴은 이제 제 분을 못 이긴 채 소리지릅니다.
차해수:"못 봤다는 투로군요. 범행 현장에 있긴 있었다는 의미가 되겠네요." 코웃음을 칩니다.
"범행 현장, 어두운 곳에 피로 쓰여있었습니다."
술렁거리는 소리에, 순간 무대까지 진동이 울린 것 같았습니다.
발렌틴:"웃기지마! 웃기지마! 저딴 악마의 속살거림에 넘어갈 셈이냐?! 아둔한 것들!!"
이다홍:"그... 그럼, 분장실에서 헤어진 후. 노... 노아씨가 민수씨를 살해했다는... 의미인가요?"
차해수:"아마, 일단 노아씨가 민수씨를 불러냈을 겁니다."
"그러고는... 아마도 둘이서 사단을 냈겠죠."
"생생히 증언해줄 수 있습니다. 똑같이, 당했으니까." 말에 강조를 넣어 제 목의 흔적을 보라는 듯이 고개를 삐딱하게 듭니다.
서주원:"...!" 그 말에 당신 쪽을 올려다봅니다. 흰 얼굴이 더욱 창백해진 채로
"정말이다... 목에 붉고 긴 자국이 있어."
"저, 정말 비밀을 밝혀낸 악마의 추종자를 죽이려 했던 거야!"
아니 일단 전 악마가 아니고 이 사람은 제 추종자가 아닌데요...
서주원은 무언가 곤란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다홍:"그... 그렇다는 건... 지금 앞에 서 있는 저 사람은...?"
차해수:"아, 이 사람은..." 말을 더 잇지 않고 주원을 바라봅니다.
서주원:그 자리에서 말없이 일어납니다. 제 머리를 줄곧 가리고 있었던 모자를 발치에서 차고는 당신의 옆에 섭니다. 그리고 당신이 응시하고 있던 상대를 함께 노려봅니다.
"그 추악한 얼굴을 가린 가면을 벗어야 하는 쪽이 누구지?!"
한 번도 무대에 서 본 적 없는 그가, 처음으로 뱉은 대사입니다.
그 한 마디에 관객들은 전부 조명 아래의 서주원에 시선을 빼앗겼다가, 곧 두사람이 대치한 발렌틴에게 눈을 돌립니다.
차해수:"...뭐, 오해받고 있는 김에 추종자에 걸맞는 행동을 해 줄까." 묘한 박력이 있는 대사에, 명령에 따르듯이 선뜻 허리를 숙여 머리카락을 잡아올립니다.
그러고는... 가면을 휙 벗겨냅니다.
앞에는 성큼성큼 다가오는 당신, 뒤는 막힌 도주로.
발렌틴은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그대로 가면을 붙잡힌 채로...
가장 먼저 드러난 것은 고동색의 단정한 머리카락이었습니다.
가면 아래 드러난 것은. 유령을 사칭하고, 오페라 하우스를 공포에 몰아, 통채로 종교의 제물로 바치려고 한 추악한 범죄자...
민낯이 드러난 강노아는 그저 텅 빈 눈으로 허공을 바라봅니다.
당신을 향해 욕짓거리를 중얼거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찰:"저 악마의 추종자의 말대로 오페라 하우스를 조사했어! 1층의 숨겨진 방에 다잉 메시지가 정말로 있더군!"
"네 공범도 이미 체포했다! 잡아!"
강노아는 공범 또한 체포되었다는 말에, 절망한 채로 손에 수갑을 받습니다.
유령을 사칭한 살인자의 뒤에, 마지막 한 마디 정도 남길 수 있겠습니다.
차해수:"그만큼의 경력을 쌓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만큼 스릴은 있겠군요. 감옥에서는 부디 성실하고 정직하게... 지내시길."
살인자의 앞날에 훈수를 둡니다.
강노아:"흐.... 하하...! 흐하하하하!!!"
당신의 마지막 말에, 강노아는 미친 것처럼 웃습니다.
실성 직전의 웃음소리는, 그가 완전히 끌려 나갈때까지 멈추지 않습니다.
유령을 연기한 명배우의 말로는, 추락해 유령처럼 잊혀지는 것...
괴이한 비명같은 소리가 멀어진 후, 객석에서는 박수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저 악마의 추종자 멋지다~..."
차해수:"끝까지 악마의 추종자군..." 뒤늦게 주목받는 것이 부담스러워집니다.
계속되는 박수소리, 둘만 남은 주인공인 악마와 당신은 그 위에 얼떨떨하게 서 있습니다.
서주원:"... 내려가자." 당신의 옷깃을 잡고 무대 아래쪽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당깁니다.
차해수:극이 마무리된 배우처럼, 손길에 이끌려 무대를 내려갑니다.
내리쬐는 조명을 뒤로 하고, 당신과 유령은 무대의 아래로 내려갑니다.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마르그리트인 이다홍이 무대 위로 올라갑니다.
다홍이 관객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마무리 인사를 하는 것이 들립니다...
"마지막 인사도 했는데, 쑥스럽네." 부러 농담같은 말을 꺼내면서 당신을 봅니다.
차해수:"대책 회의도 없이, 부르는 대로 냉큼 무대에 오르면 어떻게 합니까? 배우가 분장도, 준비도 없이. 감독으로서 용납할 수 없습니다. 첫 데뷔가 이게 뭡니까." 괜히 투덜댑니다.
서주원:"무, 무슨...! 나라고 이러고 싶었는 줄 알아...?!"
"그래도 네 말이 이렇게 빨리 이뤄질 줄은 몰랐네... 옥상에서, 무대 위로 내려오는 거."
"그리고 뭐... 아무래도 좋잖아. 두 번째 같은 건..."
"내 첫 번째 관객은 너였으니까." 말을 꺼내놓고 무거운 분위기가 쑥쓰러웠는지 한쪽 눈을 감았다 떠 보이는 시늉을 했다.
차해수:"...애교로 무마하려 하지 마시죠." 새는듯한 웃음을 흘립니다.
서주원:"뭐라는 거야. 너야말로 잘생긴 거 믿고 그렇게 떼우지 좀 말아라." 흥 하는 소리를 내고 모자를 눌러 쓰려다가 무대 위에 떨어진 것을 깨닫고 팔을 내립니다.
"주... 주우러 못 올라가겠지... 왜, 왜 저렇게 안 나가. 다들..."
차해수:"...코트도 3층에 두고 왔는데. 등 뒤에라도 숨으시죠. 모두 나가고 나면 주울 수 있을 겁니다."
"하아... 오페라하우스가 한바탕 뒤집어졌으니, 오 지배인님도 골머리좀 썩히시겠군요. 직원도 새로 뽑아야 하고, '푸른 장미의 노래' 공연 조율도 다시 해야하고, 그 선생님이라는 자를 찾아서 뿌리 뽑는 일까지..."
서주원:"비싼 코트 아무 데나 흘리고 다니네..." 당신의 뒤에 서서 그렇게 중얼거립니다.
무대와 객석이 진정되면, 이다홍이 무대 아래로 내려옵니다.
"어, 그리고 이 소년은...?"
차해수:"...음. 아무래도 차근히 설명이 필요하겠군요."
이다홍:"... 아, 정말요. 차근히 해결해야 하는 일이 한 둘이 아니네요."
"우선... 벤자민씨와 민수 씨를 추모하고..." 조금 울적한 목소리를 내었다가, 다시 완벽한 얼굴로 돌아옵니다.
"노아씨가 지금까지 했던 역들도... 다른 극은 이미 배우들이 한두번은 리딩한 적이 있으니까, 캐스트를 바꿀 수 있겠지만..."
"<푸른 장미의 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제 와서 그 많은 대사를 전부 알고 있는 사람을 구할 수는..."
차해수:손을 뒤로 해 주원의 옆구리를 쿡 찌릅니다.
서주원:"뭐, 뭐야!" 깜짝 놀라 작은 목소리로 응수합니다.
차해수:"다 알고있잖아요? 이번에야말로 데뷔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서주원:"...뭐?!" 큰 목소리를 내었다가 반사적으로 제 입을 막았다.
"내... 내가... 할, 할 수 있으려나..."
차해수:"걱정마시죠. 감독의 역량이 뛰어나니까."
서주원:그 말에 잔뜩 굳은 얼굴이 풀어집니다.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이 픽 터져 나옵니다.
"배우한테 묻어가지나 마셔." 옆구리를 툭 치는걸 되돌려주고는 등 뒤에 숨어있던 자리에서 몇 발자국 걸어나왔다.
"사정은 제대로 설명할 수 없지만... 대사는 내가 전부 외우고 있어."
"잘 부탁할게."
이다홍은 잠시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다가, 곧 웃음을 찾고는 내민 손을 맞잡습니다.
관객석은 아직 소년 메피스토펠레스와 악마의 추종자가 커튼콜에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페라 하우스의 열기는 식지 않습니다. 혼란과 열광의 밤은 저물어갑니다...
전설의 배우 최수련을 닮은 것으로 입소문을 탄 메피슽토펠레스를 다시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의 기대는 하늘을 찔렀고, 그것은 <푸른 장미의 노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신의 명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첫 상영한 <푸른 장미의 노래>는 연일 호평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주인공인 소년의 배우의 캐스트는 매번 J라는 익명으로 게시된 채... 그에 대한 소문과 관심은 깊어져 갑니다.
그 정체를 알고 있는 것은 이 오페라 하우스에 단 두명. 오페라 하우스의 지배인, 다른 한 명은 당신입니다.
그 익명의 배우는 지금 무대 위에 서 있습니다.
연한 머리카락에 조명의 빛이 스미면, 그의 모습은 기묘할 정도로 화려하게 보입니다. 관객석에 앉은 사람의 시선을 빼앗아가고는 합니다.
부르고 있는 곡은 <푸른 장미의 노래>의 남자 주역의 아리아.
반주 없이 부르는 목소리가, 무대 안을 온전히 채웁니다.
곧 곡의 끝을 알리는 마지막 손짓. 노래를 마친 그는 연기에서 벗어나 무대의 가장자리에 서 인사합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와 준 한 명의 관객에게요.
서주원:"... 수고하셨습니다." 어색하게 상투적인 말을 붙이고 웃어보입니다.
차해수:빙긋 웃으며 오페라하우스 내가 울리도록 박수를 쳐 줍니다.
서주원:지금까지 들었던 어떤 반응보다 만족스러운 듯. 미소짓고는 한 손을 가슴 위에 올리고, 다른 손을 등 뒤로 해 인사합니다.
"진짜네. ... 엄청 크게 들렸어." 무대에서 내려와 1열 객석 옆자리에 앉습니다.
차해수:"그렇죠? ...솔직히, 피드백으로 곯려주고 싶었는데... 달리 흠잡을 곳이 없군요. 주원씨는 재능이 있어요."
서주원:"... 우와. 성격 나쁜 거 봐. 역시 이 쪽이 진짜지?" 검지로 툭 튕기듯 치고는 옆 자리에서 다리를 꼬았다.
차해수:"글쎄요? 저는 배우가 아닌지라. 어느 쪽도 연기는 아닙니다만." 후후 웃습니다.
"멋진 작품을 보여준 답례로 식사나 하러 갈까요."
서주원:"응? 에, 에이. 뭘 새삼... 네가 사는 거야?" 빼는 척을 하다가 뒷 말을 덧붙입니다.
차해수:"그래야지요. 벼룩의 간을 빼먹겠습니까. 안그래도 자그마한데." 코트를 챙겨 일어납니다.
서주원:"... 마지막에 무슨 의미?" 일어나려는 당신의 뒤꿈치를 가볍게 찹니다.
"두고 봐. 내 덕에 너 더 부자될걸?" 후후 웃으면서 외출용 모자를 눌러씁니다. 밖에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차해수:"그건...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확실히 매출이 뛰었지... 등을 살짝 감싸듯 밀며 오페라하우스 밖으로 나섭니다...
서주원:"와, 말 돌리는 거 봐. 아. 나 오늘 신문 안 읽었어. 좀 줘 봐." 들려 나서면서 손을 까딱까딱 해 보입니다.
서주원:신문을 읽는 것이 능숙한지, 걸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신문을 읽습니다. 동시에 당신과 걷는 속도를 맞춥니다.
서주원:"... 네가 직접 보는 게 낫겠다." 문제의 페이지를 펼친 채로 당신에게 건네줍니다.
차해수:받아들고 해당 부분의 기사를 읽어봅니다.
오페라 하우스의 새 스타에게 밀려 구석에 난 강노아에 대한 기사입니다.
기사에는 강노아가 총과 함께 과다출혈로 죽은 채 감옥에서 발견되었고, 현재 자살인지 타살인지에 대한 수사가 진행중이라는 내용입니다.
서주원:"... 그래. ... 20년 전의 범인은 당연히 강노아가 아닐텐데."
"들떠서, 잠깐... 잊고 있었어."
차해수:"역시 뿌리를 찾아 들어가야겠습니다. 그 자금줄, 선생님이라는 자 말이지요."
서주원은 말이 없습니다. 이후 당신에게 종교에 대한 전말을 전해 들었을 때에도, 그는 그렇게 놀란 기색이 아니었습니다.
차분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발자국 먼저 오페라 하우스 밖으로 나섭니다.
두 사람에게도 닿았을 달빛이 창틈 새로 들어옵니다.
도민수의 살인에 대한 건으로 체포된 강노아는 멍하니 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저 멍하게... 멍하게 허공을 바라만 보다가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퍼뜩 듭니다.
창살 너머로 누군가 나타나자, 그는 다급히 쇠창살에 달라 붙습니다.
쇠창살 너머로 보이는 사람은 역광에 가려져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지만, 강노아는 에 질린 것 같기도 하고 애원하는 것 같기도 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 정말이에요…!”
그러나 ‘선생님’이라고 불린 사람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합니다.
“내가 너희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이런 결과일 줄이야.”
강노아:“아, 아니에요, 다음에는 더…!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그러나 ‘선생님’은 단호하게 자신만의 용건을 말합니다.
‘선생님’의 말에 움찔하던 강노아는 품에서 작은 호각을 꺼내, ‘선생님’에게 건넵니다.
강노아:“여, 여기… 이것만큼은 잘 지켰어요. 저, 그러니까… 한 번 더 기회를 주시는 건가요?”
‘선생님’은 호각을 넘겨받아 살피곤, 품에서 무언가를 꺼냅니다.
이어서 들려오는 것은 철컥, 금속의 소리, 그리고,
강노아의 몸이 철창 안으로 쓰러지고, 분명 큰 소리가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간부도 나와 살펴보지 않습니다. 호각을 챙긴 이는 바깥으로 나와, 마차에 올라탑니다.
일상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흘러가지만, 분명 서울의 어딘가에서는 눈치채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살인사건의 해결로 모든 일이 끝난 걸까요. 언제까지고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걸까요?
단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조만간 어떠한 일이 벌어지리라는 직감이 강하게 든다는 것.
어제 눈 감았다가 오늘 다시 뜨면, 새롭게 변해 있는 도시...